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딸에게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

영선아! 아빠는 강둑에서 바람을 맞고 서있단다.

좀 후텁지근 하구나. 그래도 저멀리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강가를 걸어보기도 하고 강물에 돌멩이를 던지며 '수제비'를 만들기도 했다.

네게 무슨 말을 해줄까 하고 생각을 다듬어 보지만 쉽지가 않구나. 조금만 잘못 썼다간 평소처럼 '아빠! 됐거든'이라고 면박을 당할게 뻔하지^^.

영선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니? 강은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걸까 하고 말이다.

사람은 강을 떠나서는 단 하루라도 살 수가 없단다. 우리가 매일 마시고 씻는 물은 강이 우리에게 주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란다.

네가 좋아하는 '어린왕자'를 쓴 생떼쥐베리의 글을 함께 읽어보자.

물아, 너는 맛도 빛깔도 향기도 없구나/ 우리는 너를 알지 못한채 그냥 마신다/너는 생명에 필요한 물질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다/ 네 덕분에 우리 안에 말라붙은 마음의 샘들이 다시 솟아난다.

멋지지 않니! 인간도 물도 똑같은 생명이라는 말이지. 우리 고장 앞을 지나는 낙동강을 한번 보자.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까지 굽이 굽이 흘러가며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단다.

헬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면 그 소중함을 다시한번 알게 되지. 발 아래 '초록색 털옷' 처럼 푹신해보이는 산과 언덕이 있고 산자락에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빨갛고 파란 지붕, 세모 같고 네모 같은 논밭... 그 옆에는 어김없이 강이 흐르고 있지.

옛적부터 강은 삶의 터전이었다. 그래서 강 주위에 마을이 있고 문화가 생겨났단다. 그래서 낙동강에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유적이 모두 있지.

강가의 풀뿌리 하나, 돌멩이 하나도 다 생명을 갖고 있지. 달뿌리풀이라는 보잘 것 없는 풀이 있다. 강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는데 갈대와 닮은 듯 하고 지저분해 보이지. 그 풀은 강이 더러워지면 물을 걸러주고 다른 식물이 자랄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주지. 강의 물고기, 곤충, 이끼 등도 저마다 할 일을 훌륭하게 해낸단다. 무엇하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어 생명이 위대하다고 하는지 몰라.

그들은 깨끗하고 맑은 물에서 살고 싶어한단다. 우리가 잘 돌봐주지 않는다면 강은 금세 더러워지고 결국은 죽게 된단다.

강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소중함을 함께 지켜가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야. 아빠가 이 일을 하려는 이유를 알겠니. '아빠! 나 무시하는거야. 그것도 모를까봐'라는 말을 들을까봐 쬐끔 걱정되네. 네게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됐으면 좋으련만... 집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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