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도를 가다] 유일한 주민 김성도·김신열씨 부부

오전 6시. 독도 주민인 김성도(66)·김신열(69) 씨 부부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요즘은 기상시간을 늦췄다. 고기잡이에 나서지 않기 때문.

"울릉도 도동 어촌계에서 독도 인근의 고기잡이를 자체적으로 못하게 해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주소도 독도리로 바뀌었는데 여기서 언제든 고기잡이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선지 요즘 부쩍 더 무료함과 고독을 느낀다. 그래도 할 일은 많다. "비만 오면 산 위에서 돌이 밀려 내려와 집 주변이 엉망이 됩니다. 이 일마저 없다면 심심해서 지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인 김신열 씨도 할 일은 많다. 일어나자마자 청소부터 시작한다. 어업인숙소를 겸하는 김 씨의 3층 집은 방 네 칸과 주방, 정수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늘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도 만만찮다. 청소 뒤엔 1층 기계실에 미역을 널어 말린다. 김신열 씨는 "독도 주변의 미역이 맛있지만 병이 들어 부부가 먹는 것을 빼곤 팔지는 못한다."며 "가끔 친척이나 울진에 사는 딸에게 나눠줄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그럴 땐 3층 방에서 동도에 내리는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창을 열면 독도 경비대 초소와 등대가 있는 동도의 풍경이 쫙 펼쳐진다. 동도 선착장에 내려서 30여 분 사진 찍고 감격스러워하는 관광객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엔 올해 처음으로 집 뒤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서도에 올라가봤다. 괭이갈매기 숫자도 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동백나무도 많이 없어졌다. 부인 김신열 씨는 여름감기로 고생하고 있었다. 2월에 걸린 감기가 아직 떨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쉽게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만성이 된 모양이다.

국민들의 성금으로 건조된 1.3t급 어선 '독도호'를 돌보는 일도 김성도 씨의 큰 일과다. '독도호'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 하지만 파도에 대비해 마당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만만찮다. "둘이서 배를 올리고 내리는 일이 벅찹니다. 건조 당시엔 몰랐죠. 조금만 더 작았으면 좋았을 텐데…."

부인 김신열 씨는 생활비도 걱정이다. 식수는 동도의 경비대에서 가져다 먹지만 빗물을 정수해 사용하는 생활용수도 늘 부족하다. "2개월 전 케이블업체에서 설치해 준 위성안테나로 TV를 볼 수 있지만 기름값이 걱정돼 평소엔 발전기를 돌리지 않습니다." 실제 김 씨 부부가 사용하는 방과 부엌엔 반쯤 사용한 커다란 양초가 놓여 있었다.

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일상사는 전화. 지난 5월초 일반전화가 개통됨에 따라 안부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일본의 엉뚱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늘어나는 성품을 보며 국민들의 관심에 고맙게 생각하기도 한다. 김성도 씨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 "이곳은 1970년대부터 살아온 고향입니다.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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