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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0주년 특집대담] 신문의 미래와 지방지의 역할

창간 60주년을 맞아 경북대 정걸진교수(전 매일신문 독자위원장)와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현 매일신문 독자위원장)의 '신문의 미래와 지방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ㅇ신문의 미래

최경진 교수(이하 최): 과거 어떤 때보다 매체시장의 변화가 급속한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종이 매체로서 신문의 미래는 어떨까?

정걸진 교수(이하 정):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 발달로 종이매체보다 전자 테크놀러지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이 등장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신문은 존재하고 있다. 종이 형태인 신문은 어떠한 형태로든 존속할 수밖에 없다. 비관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역할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 일본에서 현재 시험 단계에 있는 '주문형 전자신문'을 예로 들어보자. 위성을 통해 단말기로 원하는 정보를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받고, 섹션형으로 주문할 수 있는 방식' 등 신문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환경문제의 차원에서도 신문지 제작에 막대한 양의 나무가 소비되는 것을 봤을 때 전통적인 신문의 모습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독자가 직접 손으로 넘기고 접촉하며, 손에 들고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체감 접근도'가 높은 매체라는 점에서 인간의 애정이 남아있는 한 종이신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ㅇ세계화&지역화에 있어 신문의 역할

최: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넘어 세방화(glocalization)까지 진행되는 시대에 신문은 여타 전자매체에 비해 속보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문, 특히 지방신문이 타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 '내 주위, 가까이 있는 곳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모든 것의 핵심이다. 이에 맞춰 지역에 있는 것을 지역화·특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민들의 '다변화된 접촉점' 가운데 매일신문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접촉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정보'라는 넓은 의미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지방지'라는 생각에 너무 한정돼서 독자들과 교감하는 정보 접촉점을 좁힐 필요는 없다. 아무리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더라도 독자와의 '접촉점'을 얼마만큼 넓혀나가느냐, 역할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최: '지방화 시대'를 대비하는 핵심은 지역 만의 독특한 내용으로 지역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신문은 '너무 큰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뉴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달되는 상황에서 신문의 경쟁력·생명력을 찾기 위한 방법은 '그 지역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정: 이는 결국 '어떤 매체와 내용을 선택하느냐' 하는 '독자의 선택권'과 관련돼 있다. 지금은 '소비자 주권시대'로, 신문의 기사내용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수용자인 독자가 결정할 문제이다. 매일신문이 독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할 경우 중앙지가 집중공략하면 지역 신문시장에서 중앙지가 차지하는 부분은 점점 많아진다. '지역 신문이니 당연히 선택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는 바꿔야 한다.

최: 결국 신문은 과거의 '리더형'에서 '파트너형'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여론의 다양화' 시대에 신문은 정보의 다양함에 주목해야 한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가볍고 내 실생활에 꼭 필요로 하는, 현실 생활에 부합하는,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는 기사를 제공해줘야 한다.

정: 독자의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독자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이들을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여론 지도층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나름대로의 정보 생산과 분위기 형성에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됐을 경우, 어떤 신문이든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 과거에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똑똑한 독자들의 의견이 표출 안됐지만 요즘은 능동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매체로서 신문은 이렇게 독자들의 달라진 눈높이를 늘 주목해야 한다.

ㅇ온라인 시대를 위한 적극적인 대비

최: 온라인 시대를 맞아 매일신문이 지방지로서는 최초로 온라인 버전을 운영했다. 그러나 당시 매일신문 홈페이지에 대한 실망감이 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현재는 많이 개선됐다. 앞으로 오프라인(종이신문)과 온라인의 비중이 역전할 수도 있다. 매일신문도 이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종속형으로 운영하던 조선닷컴이나 조인스닷컴도 독립채산제로 전환했고, 현재는 독자적으로 기자를 선발·운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도 이미 변해있다. 온라인 버전 신문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정: 맞는 말이다. 다른 지역에서 대구 소식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매일신문을 찾을 텐데 온라인 신문이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나? 온라인 신문의 배포 범위는 지역을 벗어난 전국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버전 신문은 오히려 더욱 '지방화'해야 한다. 사람들이 '대구의 기사는 매일신문 홈페이지로 가면 된다.' 할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신문에 대한 전략을 따로 세워야 한다.

최: 온라인을 통해서 대구에서, 대구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콘텐츠가 알려질 경우, 그 정보는 지역 경제화에 일조할 수도 있다. '지역 밀착형에 주목하라.'는 것은 결국 세부적으로 지역의 산업을 알리고, 또 지역으로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이다.

ㅇ신문 마케팅

최: 언론사는 '공영성'과 함께 사기업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상업성'도 띤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신문시장이 계속 위축되는 상황에서 지방신문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사기업으로서 생존을 위한 신문 마케팅의 성격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

정: 이는 '독자 서비스'와 관련 있다. 신문사도 기업으로 존재해야만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공익'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기업성'이 깔려있는 것이다. 신문사가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신문의 마케팅은 독자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곧 신문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문의 이미지를 제고해서 장기적인 독자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을 안 읽는다. 20대 미만의 신문 읽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이다. 이들을 그냥 두고 '30, 40대 되면 일반적으로 읽더라.'는 논리에 그냥 맡겨둘 수 있을까? 이들에게 신문이 '억지로 읽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연 중에 접촉하게 해 습관화시켜야 한다. 젊은이들 모이는 장소에 배치해서 자연스럽게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의 정체성(identity)·중요성·역할을 정립해 젊은이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독자 서비스를 강화해 신문의 정체성을 높여서 선택받게 해야 한다.

최: 결국엔 '독자 서비스 강화'가 신문 마케팅의 핵심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란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신문사들의 독자서비스국이 유명무실하다. 특정한 직원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문제 발생시 이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분석과 기획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새로운 매체기술 대응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독자층을 개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문화 콘텐츠 생산자로서 신문이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책안을 기획·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 과연 '매일신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이 갖고 있는 이미지 변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 CI(기업 이미지 통합작업) 개선 작업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워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의 틀을 바꾸는 시발점이 된다.

최: 매일신문의 정체성을 완전히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립'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롭게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ㅇ신문제작과 편집의 기능적 측면

최: 세계의 많은 신문들이 1면 가운데 광고나 띠광고 등 파격적인 편집을 하는 등 변신하고 있다.

정: 신문편집은 지역 정서와도 관계있어 대구가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단도 된다. 다른 신문이 하면 '형편없다.', '이젠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쓰는구나.' 싶어도 매일신문이 변화를 시도할 경우 '드디어 변화하는구나.', '새롭다.' 하는 평가가 나올 것 같다.

매일신문도 또 한번 새로운 편집제작상 변화를 시행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지역사회의 평가는 '신선하다.', '새롭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더 클 것이다. 중앙지를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무언가 독창적인 안을 만들어내 '눈에 확 띄는 신문'으로 만드는 노력도 괜찮을 것 같다. 독창적인 외형의 변화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고 잃었던 독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최: 독일의 시사 주간지 '포커스(Focus)'가 막강함을 자랑하던 '디 자이트(Die Zeit)'를 앞서지는 못했지만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을 잠식한 사례가 있다. 그 원인을 독자를 상대로 분석했더니 1위로 '디자인'이 나왔다. 포커스에서는 편집국장에 이어 디자인국장이 서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 신문의 상품가치는 첫 번째로 디자인에서 나온다. 외향적 가치는 분명 '디자인'이다. 신문 디자인은 옷 디자인보다 어려운 것이다. '외형을 바꾸자'는 말은 결국 '디자인을 바꾸자'는 얘기가 된다. 메이저 신문사들의 경우 디자인 전공자들이 많다. 그래서 글자나 편집에 있어 변화가 많다.

최: 포커스의 디자인을 다시 말해 보자면, 통계나 자료, 사진, 그래픽 등이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이런 편집을 통해 '친근하다, 눈에 잘 들어온다, 읽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시장(혹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에 반해 기사의 질이 높음에도 디자인을 너무 경시했던 '디 자이트'는 이후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었다. 매일신문도 '레이아웃'에 대한 개념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정리·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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