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농촌체험] 행사를 다녀와서

눈만 왔다 하면 통행금지가 되고 이 길에서 운전연수를 하면 어떤 곳이든 운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팔수골. 팔십 개의 골이 있다고 이름 붙여진 이 골짜기 속에 우리 아이들의 작은 보금자리, 입암초등학교 청일분교가 있습니다. 청일분교장에서 10여 분 가면 청기분교장이 있고 다시 10여 분 가면 청북분교장이죠.

도시 나들이를 축복이라도 하듯 출발하던 날 아침 하늘은 더 푸르고 상쾌했습니다. 처음 가 본 매일신문사 견학과 경북도청에서 이의근 도지사님과의 기념촬영은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습니다. 수영장에서도 아마 수영모와 수영복을 처음 입어본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놀이 내내 너무나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저도 가슴 한 곳이 찡했고요.

"선생님, 20분만 더 놀다 가면 안 되나요?"하는 아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맞은 저녁상에서는 도·농간의 문화지체 현상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크와 나이프를 쥘 줄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 마음속에 더없이 맑고 순수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주박물관·석굴암·불국사·월성원자력발전소·등대박물관·포스코 견학도 빡빡했지만 모두 보람된 일정이었죠. 포항 청소년수련원에서 깜짝 피자파티시간때는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체험을 못하기보다는 결손가정이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산골 분교 아이들은 이번 도시 나들이를 계기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값진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 분교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된 것은 덤이었죠.

또 가는 곳마다 가슴으로 맞아 주시는 분들로부터 따뜻한 마음의 빛도 얻었을 것입니다.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고마워 할 줄 알고, 주위를 돌아보며 이번 도시 나들이에서 얻은 마음의 빛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려는 마음도 얻게 되었길 바랍니다.

산골 분교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뜻 깊은 시간을 선물해주신 매일신문사 조환길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 방문기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장후자 입암초교 청일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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