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탈래?"
"예! 우리 더 타요."
산골소년 상철(8·본지 2월 1일자 보도)이와 여동생 유진(7)이는 우방타워랜드 놀이기구 중 바이킹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바이킹이 속도를 내며 왕복을 할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지만 바이킹이 멈추자 못내 아쉬운 표정.
처음 탈 때부터 신이 나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상철이와 달리 유진이는 바이킹이 허공에서 땅바닥으로 내리꽂히듯 움직이자 잔뜩 겁에 질렸다. 하지만 한 번 타고 나자 "무서워요. 그래도 한 번 더 탈래요."라며 졸라댔다.
상철이가 사는 곳은 고향 경북 김천시 증산면 깊은 산골. 그 곳의 산과 들, 개울도 좋지만 놀이공원에 온다는 생각에 남매는 전날 잠을 설쳤단다. 상철이는 학교에서 체험학습차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유진이는 이 곳이 처음.
유진이는 오빠가 들려준 신나는 놀이공원 이야기가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회전목마도 재미있고 수족관(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펭귄, 물개도 너무 예뻐요. 하지만 바이킹 타는 게 제일 좋았어요."
본지'이웃사랑'코너에 소개될 때만 해도 백혈병으로 기운을 차리지 못했던 상철이. 독자들의 성금(623만1천 원)과 주위의 각별한 관심 덕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깨끗한 혈소판을 투여하고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
다시 만난 상철이의 모습은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여느 개구쟁이 시골소년과 다름없는 모습. 백짓장처럼 하얗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제 세상을 만난 듯 남매는 놀이공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남매의 손을 잡고 따라다니며 하나하나 챙겨준 이들은 구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은하수 봉사팀. 구미 삼성전자의 봉사팀들은 1년여 동안 매주 한 봉사팀씩 번갈아'이웃사랑'코너에 소개된 이들에게 성금을 모아 전해왔다. 그러던 중 상철이 남매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듣고 은하수 봉사팀이 돕기를 자원한 것.
이들 7명은 승합차를 이용, 상철이와 유진이가 다니는 증산초교를 찾아 남매와 함께 우방타워랜드에 들렀다. 이들은 놀이기구를 함께 타면서 담배농사에 바빠 함께 오지 못한 상철이 남매의 부모 역할을 대신해 줬다.
"오늘따라 습기가 많고 무척 덥네요. 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놀이공원에 오자 그친 걸 보면 상철이 남매에겐 운이 따르는 모양입니다."(류선희 씨)
"바이킹 맨 뒷자리에 타보긴 처음이에요. 전 무서워서 혼났는데 상철인 저리 좋아하는 걸 보니 신기하네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최애리 씨).
우방타워랜드 가운데 우뚝 선 대구타워 전망대는 상철이가 제일 가보고 싶어 하던 곳. 설치된 망원경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높은 곳에서 도시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70층이 넘는 높이에서 보니 정말 멋져요. 이야! 대구가 다 보이네요."
하늘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날 나들이를 위해 우방타워랜드 측에선 시설이용료와 입장료도 받지 않은 채 일일이 일행을 안내해 줬다.
'이웃사랑'코너와 각 봉사팀들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자원봉사센터 김귀주 씨는"무엇보다 상철이가 건강을 되찾아 유진이와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앞으로도 '이웃사랑' 코너에 소개된 많은 이웃들이 건강과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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