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만큼 안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들여서 좋다는 것을 다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면 참 답답해집니다."
현대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 3가지를 꼽으라면 건강, 재테크, 그리고 교육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까닭도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에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이고보면, 자녀가 몇 명이냐에 관계없이 가정마다 교육 문제는 막막한, 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난제다.
농협 대구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정일경(41) 과장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주연(11)이, 3학년 혜연(9)이에게 들어가는 한달 사교육비만 80만 원 가량. 주 2회 든는 영어회화와 수학 개인교습이 15만 원과 21만 원, 피아노 개인교습 15만 원이다. 자매가 함께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 덕분에 그나마 과외비를 줄인 셈이다. 또 4명 그룹이 함께 듣는 과학수업(주 1회)에 2만5천 원, 주 1회 미술 수업 8만 원,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학습 중 바이올린 및 한자 각 3만 원, 컴퓨터 수업 각 2만 원, 토요일 재즈에어로빅에 2만 원씩 든다. 또 놀토를 이용해 한달에 한번씩 떠나는 답사 여행 경비도 4만 원씩 든다.
주연이 엄마 김지영(39) 씨는 그나마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다행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많은 과목을 배우는 것도 아니더군요. 영어나 수학은 1인당 월 30만 원을 웃도는 학원도 있지만 아직 보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영어캠프는 한번쯤 보내고 싶은데 비용부담이 너무 커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학원이며 교습소를 다녀온 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4학년 주연이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학교 숙제를 마칠 수 있다.
"중학교 가면 사교육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데 걱정입니다. 과목별로 다른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걸 다 보낼 수는 없고, 결국 부모가 공부하며 가르쳐야죠."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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