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변도로 달려온 중국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서부대개발과 동북공정 등 지역균형발전에 이어 신농촌운동을 통해 '분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R&D센터를 갖춘 세계의 성장엔진으로의 산업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개혁개방초기 중국경제를 이끈 국유기업과 외자기업 대신 민영기업들이 힘을 불리고 덩치를 키우면서 속속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초기의 주강삼각주에 이어서 중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장강(長江)삼각주' 중에서도 민영경제가 가장 활발한 곳이 저장성(浙江省)이다. 저장성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경제의 최대동반자.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야거얼(雅戈爾), 뤄멍(羅夢), 샨샨(衫衫), 보타이(波臺) 캉나이(康奈) 지얼다(吉爾達) 바오시냐오(報喜鳥), 다후(大虎)….
중국의 유명 의류 및 구두 라이터브랜드로 모두 저장성(浙江省)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보타이'는 중국최대 휴대폰제조기업이다.
중국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상하이(上海) 난징루(南京路)나 베이징(北京) 왕푸징(王府井) 보행가에서는 이들 브랜드매장이 쉽게 눈에 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50대 민영기업중 저장성출신이 26개를 차지할 정도로 저장성은 민영기업의 활동이 활발하다. 다양한 업종의 각종 민영기업이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면서 저장성은 '민영기업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개혁개방이후 매년 10%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중인 중국경제는 민영기업의 성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과 물류 허브로서 중국의 경제수도로 자리잡은 상하이. 대규모 외자도입을 통한 외자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장쑤성(江蘇省)과 더불어 민영경제로 표현되는 저장성은 '장강삼각주'(長江三角洲)경제권을 통해 공동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장강삼각주는 션전과 홍콩을 중심으로 한 '주강(珠江)삼각주'를 능가하는 중국경제의 '신성장축'으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500대 다국적기업중 450개 이상이 투자한 상하이. 그 상하이경제권의 70%를 저쟝상인들이 잡고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민영기업의 힘이 아니라 저쟝상인이 없었다면 중국경제가 지금같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시장이 있으면 절강상인이 있고 시장이 없으면 저쟝상인이 시장을 만든다"는 말처럼 저쟝상인은 예로부터 중국최고의 상인으로 꼽힌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도 "발전이야말로 가장 견고한 원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저장성)원저우의 모험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저쟝상인들의 개척정신을 칭송한 바 있다.
이같은 민영경제의 활력에 힘입어 저장성은 지난 2004년이후 전국 4위의 1인당 GDP를 기록하면서 최고의 성(省)으로 거듭났다.
저장성은 BC500년 무렵. 춘추전국시대 월국(越國)의 땅이다. 월왕 구천(句踐)은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했지만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보낸뒤 결국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중원의 패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저장성은 옛 오나라땅인 장쑤성.상하이와 더불어 중국경제를 이끌고 있다.
2천500여년만에 오월동주(吳越同舟)를 넘어 신오월춘추(新吳越春秋)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장강삼각주
저장성은 상하이, 장쑤성과 더불어 장강삼각주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장강삼각주는 항저우(杭州)와 닝보(寧波), 샤오싱(紹興), 타이저우(台州), 조우산(舟山), 쟈싱(嘉興), 후저우(湖州) 등 저장성 7개도시와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창저우(常州) 쩐장(鎭江) 양저우(楊州) 타이저우(泰州) 난통(南通) 등 장쑤성 8개도시 및 상하이를 가리킨다.
이들 16개 도시의 시장들은 97년부터 2년마다 정책협의를 갖고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해오다가 2005년 8월, 2010년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각 지역이 조화된 산업단지를 형성, 공동발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우선 장강지역을 3시간 생활권으로 묶기위한 인프라구축에 나서고 있다. 해상대교로는 세계 최장인 36km의 항저우만대교(자싱-닝보)를 건설하는 한편, 상하이-항조우간 고속전철 건설 등 각종 도로망을 확충하고 있다.
중복투자로 보이는 상하이 양산항과 닝보항 및 조우산항도 통합운영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항만인프라다. 장강지역의 14개 항만의 연간화물처리량은 10억t이 넘는다.
다른 한편, 장강삼각주는 중국경제발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자 시범지역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강지역경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서로가 경쟁하고 중복투자하는 '제후경제'가 아니라 각 지역이 특화된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상호보완하면서 '메갈로폴리스'같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04년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7%에 이르렀지만 장강지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16%를 웃도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장강지역의 2005년말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4조781억위안(元)과 5천437억달러. 중국전체의 22.4%와 38.2%에 달한다. 실행기준 외자유치총액은 중국전체의 46.0%. 장강삼각주를 빼놓고는 중국경제를 논할 수가 없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의 박한진 차장은 "중국경제가 이제 구조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장강삼각주의 미래를 통해 중국의 산업지도를 예상할 수 있다"면서 "우리도 이를 제대로 연구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10년간은 장강지역이 중국경제를 이끌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최근 이곳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어 다행"이라며 장강삼각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쟝경제의 특징
장강삼각주내에서도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의 산업지도는 판이하다. 상하이가 금융과 물류. 마케팅 및 R&D센터 등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장쑤성은 과감한 외자유치를 통해 장강지역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는 생산기지다. 특히 쑤저우와 우시 등은 외자기업의 대규모투자유치를 통해 반도체와 첨단IT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반면 저장성은 민영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답게 소비재상품과 생활필수품 및 생산원료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저장성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도매시장이 발달한 '시장대성(市場大省)'이라는 점이다. 저장성 어디에나 시장이 있다.
저장성에는 2006년 현재까지 4천7백여개 정도의 시장이 있고 2004년 기준으로, 연간 교역액 1억위안(元)이상인 시장이 497개. 100억위언이상은 9개에 이른다. 특히 이우(義烏)의 '중국소상품성'과 샤오싱의 '경방성(輕紡城)'은 중국 최고최대시장으로 꼽힌다. 저장성 시장이 취급하지않는 품목은 없다. 단추에서부터 원단.복장.실크 .신발과 피혁 완구 등의 소상품은 물론 가전제품과 가구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다.
닝보는 중국최대의 남성복 및 셔츠생산기지이다. 야거얼과 뤄멍, 샨샨 등 중국의 3대 남성복브랜드 모두 닝보에 있다. 닝보인근의 위야오(余姚)는 중국최대의 플라스틱제품도매시장이다. 항저우의 전등(燈具)시장도 전국최대를 자랑한다. 셩저우(山+乘州)는 세계 넥타이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넥타이기지다.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상인의 고향 원저우(溫州)는 세계 라이터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라이터생산기지로 유명하다. 다후(大虎).웨이리(威力) 등의 유명브랜드를 비롯, 1천여개의 라이터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원저우는 동시에 중국 최대 안경생산기지이자 고급구두생산지다. 쟈싱(嘉興)의 피혁. 목제품시장과 러칭(樂淸)의 저압전기제품시장 또한 전국최대규모다. 타이저우에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기업인 지리(吉利)그룹이 있다.
작은 것에서 시작, 시장을 만들고 규모를 키우는 것이 저장성경제의 특징이다. 우리가 저장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상하이(중국)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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