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알 필요가 없을 만큼 너무 당연한 말이다. 사회 네트워크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은 바로 이 '잇닿음'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사람, 집단을 '점'으로 보고 이들의 사회적 관계를 '선'으로 표현해 수많은 점(사람)과 선(관계)을 모두 엮었을 때 드러나는 그물망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분석에서 대구의 리딩그룹에 속하는 211명이 '점(노드)'이고 이들 상호간의 친밀관계와 영향관계는 각각 '선(링크)'인 셈이다.
사회 네트워크 분석은 1930년대 모레노(J. Moreno)의 계량사회학(Sociometry)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우리 사회의 네트워크 속에는 '문지기'나 '중간 다리'의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 관계를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후 그것들이 엮여져 있는 전체 모습을 네트워크 지도로 확인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허브(hub·중심축)'의 구조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적지 않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한걸음 나아가 이런 네트워크 특징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회 현상들과 연관시키면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안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명심보감에는 '그 사람을 알고자 하면 그의 친구를 먼저 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가치관, 성향은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보면 잘 알게 된다는 뜻이다. 사회 네트워크 분석은 △조직 분석 △인터넷 커뮤니티 분석 △전염병 확산경로 분석 △게놈 연구 △범죄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21세기는 네트워크 시대이다. 네트워크는 단지 인터넷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비롯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이제 우리사회의 네트워크는 감춰두고 쉬쉬할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올바른 관계를 재설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21세기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숨겨져 있는 네트워크의 발굴, 분석, 가시화에 달려 있다.
김기훈 (주)사이람 대표
※ 글쓴이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사회학)·박사과정을 졸업·수료하고 2000년 사회네트워크분석(SNA)을 핵심기술로 하는 벤처기업 (주)사이람을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링크(Linked)」를 번역해 네트워크 과학을 국내에 소개했고, 자체 개발한 넷마이너(NetMiner)는 세계 최고의 SNA 소프트웨어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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