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오늘로 나이 60을 헤아린다. 어제같이 걸음을 뗀 어린아이가 긴 세월을 돌아 어느새 장년의 언덕에 우뚝 선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회갑 잔칫상을 받고 크게 축하받을 경사다. 인생살이도 그러하거늘, 험난한 언론 외길을 숨차게 걸어 이곳까지 이르렀으니 대견스럽고 기쁘다 할 것이다. 60은 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이다. 귀에 들은 것을 마음으로 통달하여 아무런 거스름이 없이 순리로 받아들이는 경지다. 공자 같은 성인도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의 시기를 통과해서야 비로소 도달하였다는 원숙의 세계다. 스스로 묻는다. 매일신문은 감히 이순의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 할 수 있겠는가. 물 흐르듯 세상이 서로 소통하는 말길(言路)을 열고 있다 하겠는가. 기쁨을 잠시 접고 옷깃을 여민다.
어두운 시대 밝히는 등불 자임
뒤돌아보면 매일신문은 처음부터 번듯한 외관은 아니었다. 일제가 물러간 혼돈의 격랑 속에서 출항을 감행한 작은 쪽배에 불과했다. 단 2면짜리 타블로이드판 경제지 형태였다. 모습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지만 해방의 환희만큼이나 언론 창달의 기개는 하늘을 찔렀다. 어둡고 빈곤한 시대를 밝히는 등불을 자임했다. 그 기백은 전쟁의 혼란마저 이기며 1950년 여름 마침내 종합일간지를 이끌어냈다.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라는 사시(社是)를 받들어 정도(正道) 언론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입 발린 자화자찬의 회고가 아니다.
1955년 9월 14일 사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자유당 독재정권의 심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어린 학생들이 걸핏하면 정치적 행사에 동원당해도 전국 언론이 눈치만 살필 때였다. 눈이 뒤집힌 정권은 테러단을 보내 매일신문사를 뒤집어엎었다. 사설을 쓴 최석채 주필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란 올가미를 씌워 구속했다. 만행이었다. 한국언론사의 기념비적 사태이며, 훗날 최 주필을 세계 50대 언론인의 반열에 올린 일대 사건이었다. '매일'의 저항 정신은 한층 불타 올랐다. 이후 무수한 필화사건을 겪으며 권력에 맞섰고, 숱한 탄압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다. 독자들이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독자들은 이런 '매일'을 야당지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 '매일'이 창간 6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전국적 야당지'로 사랑받아
긴 연륜에서 밝은 앞면만 드러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영욕으로 얼룩져 있듯이 '매일'의 지난 날도 명암이 교차한 세월을 건너왔다. 그래서 스스로 다시 묻는다. 오늘 지령 19052호에 오기까지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시대를 꿰뚫어 독해(讀解)했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의롭지 않은 일마다 물러섬이 없이 매섭게 추궁하였다 하겠는가. 이 지역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또 고민하였는가. 의욕이 지나쳐 공연히 뭇사람들에게 안겨준 불편과 상처는 얼마인가. 자만에 빠져 언론의 소명을 잊은 날들을 분명히 기억할 수 있겠는가. 흔들릴 때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 새로이 다져왔는가. 얼굴 화끈거리는 물음들이다.
그렇지만 모든 보도와 비판은 사시인 '사랑'과 '땀'에서 비롯하려고 애썼음을 감히 말하고자 한다. 그 대상이 누구고 어디이든, 날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댈 때는 궁극적으로 공공(公共)을 위한 충정이었다. 굽힌 것은 펴고, 그늘에는 빛을 들이고, 쓰러진 자는 일으키기 위해, 낮고 구석진 사회에 유독 관심을 기울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땀과 사랑으로 정론직필 지향
그랬기에 수많은 허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의 대표 언론으로 선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힘은 온전히 독자들의 끊이지 않는 사랑과 질책에서 나온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매일'이 지역사회에 무한 봉사를 다짐하는 까닭이다.
오늘날 대구와 경북이 수도권 집중 개발로 어려움에 처했듯이 '매일'도 중앙 언론의 공세로 힘겨운 상황이다. 무차별적이고 거대한 자본의 공세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중앙 언론은 중앙 논리의 대변자다. 보도와 논평이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방의 논리를 반영하지 않는다. 제작 여건상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살 길이라고 외치는 지방분권은 그들에게 관심 밖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지방지의 존재 당위성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향토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매일의 가치' 창출에 힘을 쏟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흔히 신문산업이 위기라 한다. 인터넷과 첨단 영상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문은 설 땅이 없을 것이라 진단한다. 과연 그런가. 오히려 난잡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신문의 매력은 새롭게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신문은 고유한 맛이 있다. 깊이 있는 해설과 논평, 향도적(嚮導的) 의제 설정, 뉴스의 가치 부여는 다른 매체가 따라 오기 힘든 종이신문의 특장이다. 눈 밝은 독자들이 여전히 신문을 선택하는 한, 신문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지방화 시대로 가는 세계적 추세에서 지방지의 장래 또한 밝다고 굳게 믿는다.
'每日의 가치'창출 매진 다짐
이제 창간 100년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그 발걸음은 새롭게 다짐하는 제2의 창간 정신인 독자 제일주의다. 오로지 독자의 편에 서서 품격 높은 신문을 지향할 것이다. 특정한 이념'정파'집단'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건강한 공론 형성에 앞장설 것이다. 우리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겸양을 품고, 창간 당시의 가슴 뛰는 열정으로 다시 한 발 한 발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소통이 부족한 우리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대구'경북의 희망을 이끄는 키잡이로, 대표언론의 역할과 소임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매일의 가치' 완성이다.
다시 한번 '매일'은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신문으로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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