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올 댓 와인

올 댓 와인/ 조정용 지음/ 해냄 펴냄

와인 시대이다. 와인이라고 하면 상류층이나 마시는 것 아니면 집에서 담가 먹던 수준에 그쳤던 포도주는 이제 참살이(well-being) 열풍과 마케팅에 힘입어 생활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술집은 물론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갖가지 종류의 와인을 고를 수 있는 요즘이다.

와인 관련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김치냉장고를 와인 보관용으로 쓰더니 결국 와인셀러가 나와 팔리고 있고, 와인에 재운 고기들이 비싸게 판매되고, 각종 와인동호회나 강습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은이가 맡고 있는 대학 강의나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에도 언제나 사람이 넘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이를 단순히 즐기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와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부하려는 사람도 많다. 이런 관심에 따라 시중에 나와있는 와인 관련서적도 상당하다. 한두 권 정도 읽어본 이들도 매우 많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포도주를 구분하고 그 종류와 특성만을 나열하는 책은 왠지 읽기에 지치기 쉽다. 브랜드마다 생산국 고유명사로 돼있는 와인은 프랑스어든 독일어든 이탈리아어든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발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포도의 이름이나 마을의 이름, 혹은 포도밭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 '올 댓 와인'도 결국 시작은 와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 와인경매사인 지은이가 대중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와인이야기를 풀어놓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우선 '두려워 말고 즐겨라'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책은 포도의 주품종, 원산지, 빈티지와 맛·향 등 와인 하나하나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기보다는 와인에 얽힌 일화와 곁다리 이야기들을 주로 풀어낸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조정 경기와 더불어 영국의 사학 명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매년 벌이고 있는 와인 게임 얘기,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인해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명성을 얻은 캘리포니아 와인 얘기 등이 재미를 전해준다.

와인경매사인 지은이답게 와인 경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루고 있다. 일찌감치 보르도 와인의 투자가치에 눈뜬 영국인들, 그리고 이를 경매산업으로 이끌어낸 크리스티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명성을 뒤쫓은 미국 소더비사, 이들의 경쟁 속에 생겨난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에는 각 장의 끝에 부록을 담고 있다. 1장의 말미에는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와인'을, 2장에서는 '투자를 위한 고급 와인'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이의 관심이 어디냐에 따라 어디에 더 눈길을 보낼지가 달라지는 부분이다. '와인 용어 모음'(3장)이나 '이럴 때에는 이런 와인으로'(4장), '가볼 만한 와인 명소'(5장) 등이 와인의 일상화를 실감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한 정보가 되겠다. '소주는 왠지 무겁고 맥주는 조금 가볍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때와 상황에 맞춰 골라마시는 와인 하나로 스타가 될 수 있기에 가치는 더욱 크다.

와인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와인의 투자 가치에 눈을 뜬 독자라면 책 맨 뒷면에 제시된 '와인을 구입하는 좋은 습관 10'은 반드시 참고해야겠다. '선물용이나 파티용 와인은 최근 빈티지를 골라라. 화이트 와인이라면 더욱.', '고급 와인을 살 때는 캡슐부터 돌려 보라.', '코르크가 병입구보다 올라온 와인은 피하라. 병보다 조금 낮게 박힌 코르크는 괜찮다.', '진열장에 오래 서 있던 와인은 피하라.', '조명을 받고 있는 와인은 좋지 않다.', '눈금이 현저히 낮은 와인은 코르크 틈 사이로 와인이 증발한 것이다.', '라벨과 캡슐을 살펴라.', '라벨 반대쪽 수입회사 이름을 살펴보라.', '빈티지를 맹신하지 말라.', '와인전문매장의 단골이 되라.' 등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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