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익지 못한 땡감처럼 농하게 성숙하지 못한 이성의 대표적 소망은 '한방 블루스'다. 불만족스러운 모든 것들을 한번에 자기중심적으로 재편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의지가 동시에 자연의 이법이 되고, 무엇을 하더라도 막힘이 없고, 세상에 관하여 모르는 것도, 알 수 없는 것도 없다. 한순간에 신이 되고 싶다. 늘 이런 상상 속에 머물러 있다면 심각한 일이지만 때때로 난관에 봉착하여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이런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인 욕심이다.
뉴스를 통해 보이는 세상은 온통 싸움판이다. 정치 문화 교육…분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개인 대 개인, 집단 대 개인, 집단 대 집단으로 나뉘어져 피 튀기는 싸움을 한다. 이렇게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중에도 나라님과 특정 언론과의 싸움에 눈길이 간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나라님을 욕하는 사람, 언론의 오만한 태도를 경멸하는 사람. 급기야 구경꾼들도 패를 나누어 싸운다. 그 가운데 있다가 문득 하나님이 되고 말았다. 나라님과 언론인의 일상이 보인다. 전날 밤 술을 마시며 월드컵을 보느라 늦잠을 잔 나라님이 허겁지겁 집무실로 들어간다. 회의 중에도 대한민국의 패배가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다. 딸이 자식문제로 남편과 말다툼한 사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진다. 숙취로 견딜 수 없어 관사로 쉬러 갔다가 핀잔을 듣는다. 모르겠다며 소파에 누워 신문을 본다. '아이구 아예 소설을 쓰시는구먼…….'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이놈의 직업도 힘들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꿈도 꾸지 않았을 텐데. 뭐 때문에 이 고생이냐?
한편 언론인은 변비로 아침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신문사에 출근하고 말았다. 만사가 귀찮고 못마땅하다. 반찬이 짜서 밥도 많이 먹지 못했다. 후배가 커피를 옷에다 엎지르고 만다. 일진이 사납다. 속 썩이는 고3 아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 다 잘하는 공부를 왜 제대로 못하는지 답답하다. 사학법 재개정을 머리기사로 뽑는다. 특별히 내 아들만 선생님이 신경을 써주면 좋으련만…. 싸우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모든 싸움이 마찬가지다.
우리는 같은 땅위에서 같은 양만큼 시간을 흘려보내며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함께 걸어가고 있다. 달라서 싸운다지만 또 우리는 다르지 않다.
때로는 하나님 놀이가 멍청해진 눈에 생기를 넣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준다.
황보 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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