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콘서트/황광우 지음/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과학 영재는 있어도 철학 영재는 없다. 자연과학은 10대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인문학은 인생의 깊이만큼만 이해되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인들이 여전히 공자와 플라톤으로부터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다. 세계사의 맥락을 바꾼 위인들의 사상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 책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인물 10명의 사상을 담고 있다. 영국 BBC가 선정한 인류 최고 사상가 마르크스를 비롯, 소크라테스, 플라톤, 동양철학의 정신적 지주인 노자와 공자, 거대 종교의 창시자 예수와 석가, 자본주의의 설계자 애덤 스미스,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 유토피아를 설파한 토머스 모어가 손님으로 초대되었다.
대표적인 서양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1926)'는 지금도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훌륭한 책이지만 동양 철학을 배제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반면 이 책은 동·서양 철학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세계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국적인 시각으로 바로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저자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등을 집필한 장본인. 대학시절 읽었던 플라톤의 '국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감옥에서 본 '성경', '반야심경' 등이 이 책을 쓰는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삶의 궁극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시기, 대한민국 경제 세계 10위권 진입이라는 성장 제일주의를 넘어서는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성을 느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찰학자의 사상보다는 삶에 주목한다. 난해한 사상에 앞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면 그들의 관점이 보이고 흥미로운 철학읽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배우기 전에 그가 독배를 든 이유를 알게 된다면, 플라톤을 접하기 전에 스승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그의 눈물겨운 사랑을 이해한다면, 공자의 '논어'를 읽기 전에 그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14년간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
철학자 각각의 삶과 사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철학자에게 어울리는 구성 양식에 따라 글이 전개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과 독배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원고인 멜레토스와 피고인 소크라테스의 법정 싸움을 대화체로 묘사했다. 또 260자의 반야심경 구절을 풀어 석가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비유해 마르크스의 '소외'를 풀이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구어체 활용과 특유의 위트도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280쪽, 1만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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