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캐릭터 인형 속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장맛비가 주춤한 틈을 타 캐릭터 인형 체험에 나섰다. 하지만 180cm가 넘는 키가 문제였다. 체격에 맞는 캐릭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공기를 주입해 만든 바보트를 뒤집어썼다.
'흐린 날씨인데 힘들기야 하겠나.' 애써 태연한 척 고릴라 모양의 바보트 옷을 입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허리에 찬 벨트에는 배터리와 공기주입기, 전동기가 달려있었다. 무게가 족히 10kg이나 될 듯했다.
전동 스위치를 누르자 더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더운 바람은 바보트를 금방 키 2m50cm 정도의 뒤뚱뒤뚱 고릴라로 변신시켰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발걸음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팔 역시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
뒤뚱거리고 있는데 부모와 함께 온 다섯 살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을 두드리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아이는 무섭다며 줄행랑을 쳤다. 괜히 서툴게 움직여 동심을 해친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들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가만히 서 있기도 벅찬 상태. 전동 스위치를 끄자 바람으로 가득찼던 고릴라가 그림만 그려진 천으로 바뀌면서 바닥에 늘어졌다. 헉헉거리며 땀을 닦고 있는데 멕시칸 고추모양의 다른 바보트가 기겁을 한다. "아이들이 보면 안돼요. 빨리 다시 뒤집어써요."
또다시 고행이 시작됐다. 이젠 예쁘고 귀엽게 동작을 취해보기도 하고 캐릭터 인형들과 호흡도 맞춰봤지만 부자연스러웠다. 10여 분을 더 버텼다. 온몸이 땀이다. 바깥의 더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 전동기를 거치면서 더 더워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소리를 질렀다.
"겨우 20여 분인데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바보트를 벗었을 때 주변의 질책이 이만저만 아니다. 바보트 경력 5년의 베테랑 양용수(26) 씨의 말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20분도 고역입니다. 퍼레이드 세 번 있는 날이면 총 1시간 정도 바보트를 입어야 하는데 집에 가면 녹초가 되죠. 이 정도면 처음치고는 합격입니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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