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선배' 딸이 보는 여대생 엄마

"처음엔 만학도 어머니의 튀는 패션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젠 자랑스럽습니다."

지난해 대학 졸업반일 때 어머니를 신입생 후배로 받게 된 딸 최유나(23·학원강사) 씨. 최 씨는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지난해 함께 수업을 듣고 점심도 같이 먹으며 추억을 만들었지만 아옹다옹 다투는 일도 많았기 때문.

문제가 된 건 어머니의 패션감각. 처음엔 정장 차림으로 등교를 했다. 하지만 교수로 착각해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고민 끝에 남편으로부터 '젊은 감각으로 옷을 입으라.'는 조언을 듣고 과감하게 원색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유나 씨는 "친구와 함께 캠퍼스를 걷다 형광 분홍색 바지를 입고 '유나야!'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어머니가 부끄러웠다."며 "3개월가량 말도 못하고 어머니가 점심 먹자고 할 때는 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젊은 감각으로 어울리고 싶은 어머니를 이해하라는 친구의 말이 '나이에 맞지 않게 튀는 옷을 입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부끄럽게 만든 것.

지난해 2학기 때는 교양수업을 함께 듣기도 했다. 담당교수나 다른 수강생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 서로 도와가며 공부해 어머니 A학점, 딸 A플러스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유나 씨는 "어머니가 옆자리에 앉아 있어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낙서를 하는 등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게 싫지만 좋았던 기억"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대학 수업을 듣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어요?"라는 유나 씨는 "어머니가 밤새워가며 공부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했지만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뭉클했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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