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 여름을 즐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다름 아닌 놀이공원 캐릭터들. 아이들에게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막상 캐릭터 인형을 덮어쓰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탈진해 병원신세를 지는가 하면 씻지 못해 피부병을 앓기도 한다. 우방 타워랜드 캐릭터 아르바이트생들의 땀의 세계를 엿본다.
◆찜통더위에 털옷, 탈진도 예사
지난 1일 오후 1시. 우방랜드 공연팀이 한창 예행연습 중이다. "장마 속에서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어." 올해로 캐릭터 경력 7년차인 최미옥(26·여) 씨. 더위는 자신있다는 듯 외쳐보지만 내심 두렵다. 퍼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캐릭터 인형을 뒤집어써 온통 땀범벅이 되기 때문. 하루에 두세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은 물론 땀에 흠뻑 젖을 때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다. 4년 전 여름에는 무대 쇼를 펼치다 쓰러져 4일간 병원신세를 진 일도 있었다.
1년 7개월차 이현정(22·여) 씨는 체력이 약해 더 걱정이다. 털옷 안에 얼음 조끼도 입어봤지만 역부족. 얼음이 녹게 되면 오히려 짐이 될 뿐이었다. 이젠 그저 버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임을 안다. 힘들 땐 '조금만 참자. 곧 끝난다.' 등 스스로 위로의 말로 다독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금방 캐릭터 본래의 모습으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란다. 이 씨는 "좋아서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기 때문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제발 머리는 치지 마세요"
"무더위도 참기 어렵지만 짓궂은 이용객들에게 맞는 것이 더 힘들어요."
캐릭터 공연팀 최고참 김병준(29) 씨가 속내를 털어놨다. 몰지각한 어른이나 학생들이 지나가며 아무 생각없이 툭툭 머리를 칠 때면 소스라친다. 기분이 나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3, 4kg이나 되는 큰 헤드를 쓰고 있기 때문에 목이 꺾이거나 삐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 가끔 화가 나 털옷 안에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지만 이는 속내일 뿐 겉으로 표현할 수도 없다.
최미옥 씨와 이현정 씨도 맞장구를 쳤다. 하루이틀 당하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심하게 장난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곤혹스럽다. 살짝 피하거나 그러면 안된다고 두 팔로 'X'자 표시를 하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때문. 가끔 술 취한 사람이 괴롭힐 땐 줄행랑을 놓기도 한다.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고육지책인 셈.
이유진 공연팀장은 "이용객들은 반갑고 즐거운 마음에 장난을 치지만 더위 속에 고생하는 캐릭터들에겐 또 다른 스트레스이자 고통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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