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은 초입부터 불을 뿜는 듯했다. 5·31 지방선거 열풍이 식기도 전에 독일 월드컵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뜨거웠다. 짧은 순간, 정신없이 쏟아 부은 열정을 잠시 가두고 7월을 맞이했다.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욕에 불을 지피며 출범하는 때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대구의 위상을 새로이 하는데 전심전력으로 나아갈 새 시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축하인사를 앞세우는 일마저 망설여진다.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고 풀어 나가야 할 일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기대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 풀어 나가야 할 과제와 숙제는 헤아릴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문화예술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예술 중심 도시로 가려면 오페라 활성화가 요구된다. 세계 선진국, 선진 도시는 구성원 개개인의 문화력을 중시한다. 그 힘이 바로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것으로 인식하고, 극장예술을 문화산업의 근간으로 여기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당장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 화급한 마당에 오페라를 두고 '신성장 동력산업'이라 할 수는 없다는 점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대구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제적으로 '오페라 도시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를 앞세움으로써 얻게 될 유형무형의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사실 오페라는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뜨거운 공연예술이다. 사랑과 열정, 배신과 죽음, 극적 반전 등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수준 높은 음악, 화려한 무대, 춤과 연기가 어우러져 음악애호가들은 물론 공연예술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도 감동을 어렵지 않게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대도시 중심으로 균형을 잃어가는 '국가의 기형성'을 치유하는 최적의 것으로 공연예술을 앞세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공연은 연령이나 사회적 지위, 계층 간 차이를 넘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06 월드컵에 우리 대표팀이 출전하던 날, 건물과 골목 사이로 넘쳐나던 뜨거운 함성들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 100분의 1정도의 함성이라도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펼쳐질 오는 8월과 9월에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축제는 관객의 참여로 완성된다. 아무리 기획을 잘하고, 내용이 좋아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따르지 않으면 축제라 할 수 없다. 민선 4기 지방정부의 오페라와 공연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 특히 곧 다가오는 국제오페라축제에 대한 배려, 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를 기대해 본다. 뜨거울수록 좋은 시민들의 참여 열기를 미리 꿈꾸면서....
김완준(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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