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천당과 지옥' 등의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2006독일월드컵 우승이 승부차기로 결정난 것은 못내 아쉽다. 승부차기는 정말 선수들에게 냉혹함 이상이다. 축구가 아니라 월드컵 축구대회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아드리아해의 청명한 바다 빛을 상징하는 '아주리'란 애칭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는 이탈리아의 영혼이자 상징이다.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축구를 즐기고, 남는 시간에 축구를 한다면, 이탈리아에서 축구는 전쟁이고 인생이다. 격정적이고, 다혈질인 이탈리아 선수들이지만 축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굉장히 전략적이고 냉정하다.
'빗장수비'로 대표되는 이탈리아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 그래서 '승부'에 강하다. 유럽대륙 월드컵 최다우승이 이를 말해 준다. 프랑스와의 이날 결승도 칸나바로를 축으로 하는 '빗장수비'의 견고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필드골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축구는 분명 매력 넘치지만 '재미있는' 축구는 아니다. 단지 승리가 가장 큰 즐거움이자 선물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탈리아 축구이다. 이번 대회 우승은, 유로 2000 결승전 패배의 복수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금도 독일로 떠나는 가난한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의 한(恨)을 풀어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기인 삼색, 맨 왼편에 자리한 자유를 상징하는 파란색에서 유래한 '레블뢰 군단' 프랑스. 예술의 나라답게 축구도 '아트 사커'를 추구한다. 그들의 축구는 세련됐다. '다국적 군'으로 구성된 프랑스는 개개인의 기량도 탁월하지만 팀 전체의 메카니즘도 유기적이다. 월드컵 지역예선과 본선 조별리그에서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왕년의 아트 사커가 아니다."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프랑스는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단, 비에라, 마켈레레, 튀랑 등 백전노장들은 "축구란 이런 것임을... ." 몸으로 재현했다. 이날 연장 후반, 퇴장으로 '옥의 티'를 남겼지만, '마에스트로' 지단을 결승에서까지 보게 된 것은 축구팬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승은 못했지만 브라질을 넘어선 프랑스는 강했다. 지단의 축구를 더 이상 보기 힘든 것이 팬들에게는 아쉬울 뿐이다.
덧붙이면 이번 대회 8강 진출팀들은 기존의 축구 선진국들이었다. 선수 개개인은 빠르지 않지만 선진축구의 템포는 빨랐다. 기본기의 차이를 넘을 수는 없었다. 100년의 프로리그 역사를 한순간에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날 그 날 컨디션은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수준은 '영원'하다. 어떻게 수준을 향상시킬 것인가가 마지막 숙제로 우리에게 남았다. 전용배(동명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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