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회 업그레이드하자] ①생산성을 높이자(대구)

대구·경북 지방의회가 이달 들어 개원식을 갖고 의욕적인 첫 발을 디뎠다.

그러나 의회 안팎에선 민선자치 10년을 넘긴 지방의회가 생산성과 전문성을 높여 이제는 진정한 민의의 대변기관으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례안 등 의안 발의나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의 의정활동에서 형식에 그치지 않고, 주민 여론을 담아 실질 혜택을 줄 수 있는 '생산적 의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꾸려진 지방의회의 '업그레이드 방안'을 살펴본다.

제5대 대구시의회가 지난 4일 첫 출발했다. 시의원 29명 가운데 20명이 초선인데다 유급제가 처음 적용되는 만큼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시의회는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조례안 발의, 형식적인 행정사무감사, 엉성한 예·결산 체계 및 예산안 심사, 미흡한 시민여론 수렴 등으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 시의회 어떠했나?

의안 처리 건수만 놓고 볼 때 제4대 대구시의회의 생산성은 3대 때보다 낮아졌다. 조례안 발의, 예산안 처리, 결의, 승인 및 동의 등에서 4대 시의회는 모두 596건의 안건을 처리해 3대 637건에 비해 41건, 6.4%포인트 낮아졌다.

또 조례안 발의에서 의원 직접 발의 비율은 형편없이 낮다. 4대 시의회에서 의원 발의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87%는 대구시청, 대구시교육청 등 집행부가 발의한 것들로 채워졌다.

조례안 심사에서도 의원들은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집행부 발의 조례안 처리현황에서 원안 가결률이 무려 77.7%, 처리한 전체 조례안 중에서도 76%나 됐다. 사실상 '통과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대구 기초의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구의회의 경우 지난 4년간 조례제정 건수 117건 가운데 의원발의 건수는 13건에 불과했고, 수성구의회도 116건 가운데 16건, 달서구의회는 131건 가운데 17건에 그쳤다.

◆입법기능 강화해야

시의회 고유 업무 가운데 조례안 발의 등 입법기능이 형식에 치우쳐 있으므로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의회에서 처리하는 대다수 조례가 집행부 발의 안건에 집중돼 있기 때문. 그나마 의원 발의 안건들도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의 협조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조례안 발의 과정에서 의회 전문위원이나 입법정책 지원실을 적극 활용하고, 유관 상임위원 연석회의 등을 통해 안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 평가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동 대구시의회 전문위원은 "지방의회 회의규칙에도 '상임위원회 연석회의'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의원들이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시정부는 조례나 규칙 등을 정할 때 심의위원회-법무담당관실-입법예고를 통한 주민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다. 시의회도 상임위 연석회의나 공청회 등을 통해 더욱 생산적인 조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자문 및 지원기구 활성화해야

시의회가 안건과 법안, 정책 등을 마련할 때 자문기구나 지원기구를 강화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현재 대구시의회의 경우 지난해 말 4개 상임위 가운데 건설환경위원회만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의정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를 다른 상임위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또 의원들의 입법정책을 지원할 기구도 교통, 도시계획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져 있으므로 향후 환경, 사회복지, 경제통상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충이 시급하다.

이창용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방의원들이 모두 전문성을 갖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의 정책자문이나 지원이 의정활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 활동폭 넓혀야

지방의원 유급화가 이뤄졌고, 유급 보좌관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방의원들이 회기(현재 120일)나 자신의 다른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상임위원회 활동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활동이 해당 분야 행정 및 예산집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의 실질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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