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노 정권의 '친구 생각'

어제(9일)는 '친구의 날'이었다.

친구를 뜻하는 友(벗 우)자는 본디 형상문자에서 오른손과 그 손가락 모양을 본뜬 又(오른손 우)자와 왼손과 손가락을 본뜬 左(왼손 좌)자의 를 어우른 글자다.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 돕는다는 뜻이 된다. 더 풀어 보면 又자는 오른손이란 뜻 외에도 더 보탠다는 '또 우'와 '용서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左자 역시 오른손으로 하는 '일'(工'공)을 왼손()으로 돕는다는 '도울 좌'로도 해석, '협조'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친구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돕듯 '협력'하고 서로 하는 일에 더 보태 주고 용서하고 돕는 사이라는 뜻이 된다.

어제 '친구의 날'을 보내며 미사일 발사로 가뜩이나 낡은 판자 틈새처럼 벌어져 있던 美'日(미'일)과의 友邦(우방) 관계가 한 치쯤 더 벌어진 건 아닌지 걱정해 보게 된다.

아울러 전 세계가 동네 말썽꾸러기인 양 마뜩찮게 여기고 있는 북한을 일편단심 나 홀로만 友軍(우군)으로 섬기는 듯한 노무현 정권의 지구촌 친구 사귀는 방식이 제대로 온당한지도 곱씹어 보게 된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미국은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우리의 우방이요, 피로써 위기를 지켜 준 옛 친구다.

구약 성서에도 '좋은 친구는 안전한 피난처요, 그런 친구를 가지는 것은 보화를 지닌 것과 같다'고 했다. 석가모니께서도 '네가 아무리 잘나고 용감해도 온화한 좋은 사람을 친구 중에 두어야 한다'고 말씀했다.

내 힘과 용기만 과신해서 '미국에도 할 말은 한다'는 식의 전투적 태도로 이웃과 긴장 관계를 짓기보다 언제고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위기와 다툼을 중재하고 내 편에서 어우러줄 수 있는 친구를 두고 있어야 나의 안전한 피난처를 지킬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6자 회담을 이끌어 내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유지하자고 노력해 주는 옛 이웃 친구가 "야당에 표 찍으면 남한이 불바다가 될 것"이란 악담을 내뱉는 친구보다는 명백히 더 유익한 친구다.

빠듯한 살림에도 비료다 쌀이다 못사는 친구를 위해 정을 내주는 피 나눈 우군을 향해 걸핏하면 약속 깨고 뒤집고 독설이나 퍼붓는 이상한 친구. 온 세상이 다 미사일이라는데 독야청청 인공위성이라고 변명해 줘도 미사일을 언제 쏠 것이다는 정보 귀띔조차 안 해 주는 불성실한 친구.

'불성실한 친구를 가질 바에야 차라리 적을 가지는 게 낫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노무현 정권의 이상한 '친구 생각(觀'관)'이다. 발사 후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는 우리의 국군 통수권자가 들어야 할 친구에 대한 금언(金言)은 동서고금에 널려 있다.

'친구의 실수에는 눈을 감되 악덕에는 눈을 감지 말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은 아무리 북한을 끼고 돌고 싶더라도 핵 무장과 납치, 인권 문제 같은 악덕에는 제대로 충고를 해 주라는 충고다. 행여 논어에서 말했다는 三益友(삼익우)와 三損友(삼손우)를 떠올리며 북한에 당한 배신감을 씹느라 말이 없는 것인가.

정직한 친구, 믿을 수 있는 친구, 세계화된 견문이 넓은 세 가지 유익한 삼익우와는 틈이 벌어지고 편벽하고 말만 그럴 듯 꾸미면서 줏대 없고 빈말을 일삼아 손해를 끼치는 삼손우 같은 북한만 싸고 돌다 미사일에 당한 배신감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미사일 바람에 누가 삼손우요, 어느 쪽이 삼익우인지 한번 더 또렷해졌다.

중국 속담에도 '친구는 일 년 걸려도 쉽게 생기기 어렵지만 친구를 잃는 데는 한 시간도 안 걸린다'고 했다.

외교'국방'경제 번영을 위해서라도 혈맹으로 다져온 우정을 소중히 해 섣부른 반미로 옛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지 않는 게 좋다.

친구의 날을 보내며 노 정권의 '친구 생각(觀'관)'이 슬기롭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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