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5시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치는 포스코 정문 앞. 포항남부경찰서 직원들이 하나 둘씩 눈을 비비며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열흘째다. 새벽 4시면 일어나 허겁지겁 포스코로 달려오는 이들 모습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30분 뒤인 5시30분. 이번에는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이내 포스코 1, 2, 3 문을 비롯, 쪽문 등 포스코 출입구 7곳에 줄지어 섰고, 이때부터 출근하는 비조합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의 포스코 출입통제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평행선을 긋는 노사=포항지역건설노조는 임금 15% 인상과 하루 8시간 근무, 재하청 금지, 외국인 근로자 고용금지, 토요일 유급휴일화를 제시하고 있다. 노조는 "하루 9, 10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하루 7, 8만 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3년간 연속 11.79%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전문건설협의회(회장 박두균)와 전기협의회(회장 김동진)는 "노조측은 임금인상 15%외에 단협안으로 38.7% 추가 인상을 요구, 전체적으로는 무려 53.7%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업 차질을 빚는 포스코=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건설노조 조합원은 20개 현장에서 건설, 기계, 전기 분야 등 2천500여명.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포스코 내 공사가 거의 중단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1조5천억 원을 들여 선진철강기술 공법인 파이넥스 설비공사를 하고 있는데 전 세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설비의 연말 완공이 자칫 연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노조원들이 현재 비노조원의 출입을 봉쇄, 대체인력 마저 없는 포스코로서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또 시공에 필요한 자재 반입도 중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조업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포스코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포스코가 포스코건설에 공사를 발주하고, 포스코건설이 지역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체제인 만큼 원청업체인 포스코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대 교통은 아수라장=매일 새벽 노조원들이 비노조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일대는 교통지옥이 되고 있다. 형산강을 건너 공단으로 출근하는 근로자 경우 형산교 위에서 1시간여를 기다려야 하고 포스코를 중심으로 하루종일 양방향 체증 상태다. 폭력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포스코 직원 이모(42) 씨가 노조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차량파손과 외주 파트너사 직원 및 납품업체 직원들에 대한 검문으로 다툼이 적지 않다.
포스코측은 "현재 상황은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를 접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포스코와 하청업체들이 통근버스 또는 승용차로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20개 중대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노사문제여서 당사자간 해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노조의 폭력행위 등이 우려수준을 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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