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농경지의 80% 이상이 물에 잠긴 경북 고령군 우곡면 농민들은 10일 망연자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태풍과 장마로 인해 이날 오후까지 고령군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268㎜이나 우곡면에는 364.5㎜가 내려 지역 내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만 42㎜의 비가 내리는 등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폭탄'에 우곡면 93㏊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모내기가 끝난 지 20여일 밖에 되지 않아 나락이 채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서 태풍이 논을 삼켜버리자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농경지 배수 설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물이 저절로 빠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
우곡면 사촌리 황성마을 배재근(42)씨는 "경작하고 있는 논 2㏊가 모두 침수됐다"며 "마을에 배수 설비가 없어 매년 비가 조금만 와도 이렇게 잠겨버린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논마다 물이 1m 가량 차올라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배씨는 그저 낙동강 수위가 한시라도 빨리 낮아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는 "마을 입구 도로까지 물에 잠겨 이 곳에 사는 20여가구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황성마을은 섬이나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우곡면 봉산리 최종언(44)씨도 "배수시설의 용량이 적어 매년 논밭이 물에 잠기기 일쑤"라며 "모내기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논이 물에 오래 잠겨 있으면 나락이 다 녹을텐데.."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곡면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물이 너무 많이 불어 복구에 손을 댈 수조차 없는 상태"라며 "이틀 정도 지나 수위가 어느 정도 내려가야 복구 작업에 나설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근 쌍림면 매촌리 대창양로원에 사는 사할린 동포와 직원 등 60여명도 인근 안림천이 넘칠 위기에 처하자 이날 오후 마을 노인복지회관으로 긴급 대피해 비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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