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강풍을 동반한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북상하면서 10일 경남, 전남 등 남부지방을 강타,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길 건너편 아들을 구하려던 30대 어머니가 토사에 휩쓸려 숨지는 등 9~10일 이틀간 사망 6명, 실종 2명 등 모두 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경남 7천730㏊, 전남 5천㏊, 부산 1천570㏊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농경지 1만4천790㏊가 물에 잠겼고, 경남 창녕.사천.함안, 전남 여수.장흥, 제주 등에서 모두 118세대, 25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남 99곳, 제주 130곳, 경남 68곳 등 초.중.고교 297곳이 태풍으로 휴교하고, 김포-제주 69편, 김포-김해 52편, 김포-울산 24편 등 국내선 198편이 결항했으며, 국제선 일부도 운항되지 못했다.
이처럼 큰 피해를 안겨 준 '에위니아'는 빠른 속도로 북동진하다 세력이 약화돼 10일 밤 10시께 강원도 홍천 부근에서 소멸됐다.
◇인명피해 잇따라 = 9일 태풍 에위니아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사망 4명, 실종 1명 등 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10일에도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10일 오후 2시30분께 부산시 북구 만덕동 디지털도서관 위쪽 산에서 토사와 물 수십t이 순식간에 도로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를 본 박모(36.여)씨가 건너편에 있던 아들(9)을 구하려고 도로를 건너다 물과 토사에 휩쓸리면서 부근에 주차된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오전 11시40분께는 경남 함양군 병곡면 마평리 논에서 양모(68.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은 양씨가 논물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전 7시17분께 진주시 상대동 강변도로에서는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 너머 4m 아래 남강으로 추락,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정모(16.고교 2년)군이 실종됐다.
오후 3시께는 진주시 문산읍 하천에 김모(42)씨가 빠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주택.농경지 침수,교통두절 = 태풍이 몰고 온 집중호우로 제주와 전남, 경남 등에서 상가, 주택 수백여 채가 침수됐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농경지 2천240㏊가 물에 잠겨 큰 재산피해가 났다.
제주시 조천읍에서는 함덕과 해동마을 등의 일부 저지대 주택들이 침수됐고 전남 여수에서는 서교동 서시장, 안산동 도원사거리, 율촌면사무소 일대가 물에 잠겼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경남 산청군 신안면 문대마을 30가구 주민들이 인근 보건진료소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는 등 경남 창녕.사천.함안, 전남 여수.장흥, 제주 등에서 모두 118세대, 25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경남 함안군 대산읍의 하천 둑이 붕괴되면서 농경지 수십㏊가 물에 잠기는 등 경남 7천730㏊, 전남 5천㏊, 부산 1천570㏊, 경북 480㏊, 제주 10㏊ 등 영호남과 제주에서 농경지 1만4천790㏊가 물바다로 변했다.
이밖에 경남 창녕군의 양계장 6개 동에서 닭 5만5천마리가 폐사하고, 사천과 김해의 양봉장과 지렁이 양식장이 침수되는 등 축산 피해도 이어졌다.
남부지방 곳곳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도로와 철도 교통이 두절되고 유서 깊은 사찰이 피해를 봤다.
오전 11시15분께 광양-옥곡 철도 선로가 50m 가량 유실돼 경전선 무궁화호 열차 1551호와 1552호의 운행이 중단됐다.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터널 인근 야산과 여수시 안산동 부영여고 뒤편 절개지,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 부근 등에서는 산사태가 나 주변 도로의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고성3터널 부근에서도 산사태로 양방향 도로가 막혀 차량 50여대가 터널 안에 갇혀 있다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오후 1시30분께는 전남 곡성군 곡성읍 월봉리 도림사 뒷산이 폭우에 무너져 내리면서 사찰 내부를 덮쳐 보물 1341호 괘불과 탱화가 매몰됐다.
◇무더기 휴교..하늘길도 끊겨 = 태풍으로 제주 등 지방 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전남, 경남, 제주 3개 도에서 수백 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오전 6시30분 출발 예정이던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JJA101편을 시작으로 김포-제주 69편, 김포-김해 52편, 김포-광주 11편, 김포-울산 24편, 김포-여수 16편 등 모두 198편이 결항됐다.
또 제주와 베이징(北京), 부산과 오사카(大阪)를 오가는 대한항공 18편과 대구-상하이(上海) 노선의 아시아나항공 6편 등 일부 국제선도 결항 사태를 빚었다.
강풍으로 해상사고도 잇따라 오전 9시께 여수시 남면 소리도 남서쪽 12마일 해상에서 1만600t급 싱가포르 선적 'EAS 라인 티안진'호가 싣고 가던 컨테이너 100여개가 바다로 빠졌다.
10시40분께는 소리도 남쪽 해상에서 1만7천t급 싱가포르 선적 '완하이 213'호로부터 펄프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 11개가 바다로 떨어졌다.
이날 태풍으로 휴교한 학교는 전남 99개 교(초등 79개.중등 13개.고등 7개), 제주 130개 교(초등 103개.중등 24개.고등 3개), 경남 68개 교(초등 59개.중등 9개) 등 모두 297개 교에 달했다.
곳곳에서 정전 사태도 잇따라 경남 통영시 인평동에서는 주택가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이 일대 1천900여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제주 서귀포, 경남 통영, 경북 구미, 대구, 경산 등에서도 정전 사고가 났다.
◇태풍 소멸로 추가 피해 크지 않을듯 =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에위니아'는 한반도 상륙 11시간 만인 10일 밤 10시께 서울 동쪽 80㎞ 지점인 강원도 홍천 인근에서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돼 소멸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밤 10시를 기해 대구와 경북에 내려졌던 태풍경보와 서울, 인천, 경기, 대전, 충남.북, 전북에 발령됐던 태풍주의보를 해제했고, 이어 오후 10시30분까지 전국의 태풍 특보를 모두 풀었다.
동해 전 해상과 울릉도.독도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도 각각 풍랑주의보와 강풍주의보로 대체했다.
전남 지역에는 11일 오후부터 다시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10~4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지역의 강우량은 많지 않아 추가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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