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애들 교육시키려니 너무 힘이 듭니다."
영재교육 페스티벌 첫 날인 7일 오후. 영재학생 학부모들을 위한 강의가 열린 경북교육연수원 소강당은 당초 예상했던 100명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들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안동, 울산, 경주, 포항, 김천 등지에서 몇 시간씩 전세버스를 타고 온 '열성파 엄마' 들은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귀를 기울였다. 지방 도시에서 영재를 키우는 열악한 처지(?)에 공감하면서 돌아가는 차 시간을 잊을 정도로 대화의 꽃을 피웠다.
"매주 왕복 3시간 씩 차를 몰고 아이를 영재교육원에 데려다주고 있어요. '치맛바람'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거든요."
서울이 고향이라는 이현주(38)씨는 경주로 내려온 후 교육·문화적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대구교대 과학 영재반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유명 체인학원도 지방에서는 수익이 맞지 않는다며 문을 열지 않는다."며 "그나마 영재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들도 울산이나 포항, 대구 등으로 '영재 유학'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볼 만한 전시회나 영화도 접할 기회가 없어 문화적인 박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안순옥(42·김천) 씨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김천에서 대구교대 영재반으로 등교시키고 있었다. 안 씨는 "과학고나 외국어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구미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도 많다."면서 "고교 1학년인 큰 아이의 경우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미리 과학고 준비를 못한 탓에 원서를 내지 못했다."고 정보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는 "시·군 교육청 단위 영재반에서 더 내실있고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대 정보과학 영재원에 초·중학생 두 아들을 보내고 있다는 김진향(43·경주) 씨는 "영재반에 보내는 대부분 부모들이 특목고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정보나 수준면에서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와 같은 영재 교육의 장이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지역 영재아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가, 또 다른 엄마들은 어느 정도로 신경을 쏟고 있는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로 이런 행사만한 것이 있겠냐는 얘기였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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