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교육방송을 통해 아동들의 영어 학습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하지만 교육방송에서는 살아있는 체험활동을 교육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즐거운 체험활동을 통해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영어마을이다. 2004년 8월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경기영어마을과 2006년 4월 개원한 파주 영어캠프는 우리나라 영어마을 프로그램의 모델로 간주된다. 영어 마을의 구성 배경과 원칙, 그리고 그 특징을 언어 습득과 학습의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어마을의 핵심은 즐거움과 배움의 조화라 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에 있다. 즐거운 영어 학습 활동을 구안하기 위해 영어마을의 교사들은 외국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동시에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겸비하고 있다. 영어마을 프로그램은 흥미, 상호작용, 연령 적합성, 이해가능한 자료, 교육적 활동 등의 다섯가지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객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에듀테이너와 율동을 같이 하고, 그들에게 말하며, 어휘를 외쳐대며, 반복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상호작용한다.
EFL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은 또한 아동의 나이에 적합하게 운영된다. EFL 교사나 작가들은 아동들의 영어 실력이 미성숙하다고 가정하여 아주 어린 아동에게만 흥미롭게 받아들여질 학습내용이나 이야기를 고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제시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적절하지 못한 교육의 예이다. 우수한 에듀테인먼트 교사나 자료 제작자는 단순하고 통제된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목표 집단의 연령에 맞게 자료를 흥미롭게 각색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영어마을 프로젝트에 포함된 에듀테인먼트 체험학습 활동은 이러한 연령의 요소를 잘 반영하여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과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성하여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에서 체험되는 영어는 학습자들에게 '이해 가능한'으로 제시된다. 참여자들이 접하게 되는 영어는 다양한 세트, 소품, 행위, 음악 등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수준이 조율되어 있다. 참여자들이 아직 모르는 어휘들은 구체적인 물건을 보여줌으로써 이해할 수 있으며, 동사인 경우에는 그 동사가 의미하는 동작을 보여주거나 아동들이 이미 알 고 있는 언어 속에 그 어휘를 매개하여 구성함으로써 언어 맥락 속에서 새로운 동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새로운 어휘와 구들을 통해 영어마을의 최종 목표인 흥미로운 체험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EFL 에듀테이너로서의 작가, 교사, 연출가들은 학습자들이 영어의 새로운 어휘와 구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함으로써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에 프로그램 속에 매개된 어휘와 구조가 저절로 학습되도록 자료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구사한다.
영어마을 에듀테인먼트 교사의 임무는 마치 건물을 짓는 건축가의 임무와 유사하다. 건축가의 건축 목적은 아름다운 건물을 디자인하는데 있지만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원칙이 무시되면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물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건축가가 건축이론을 바탕에 두고 예술적 건축물을 구축하듯이 영어마을 프로그램은 영어 학습과 습득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에 두고 설계되어 있다.
영어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이와 같이 언어학습과 습득의 원리를 바탕에 두고 구성되어 있으므로 참여하는 아동, 학생, 성인 모두에게 적절한 체험을 제공해 한국 영어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arl Dustheimer(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본부장)
※이 글은 한국영어교육연구회와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지난 10일 진행한 월요 시민 영어 강좌 '영어마을 어떤 곳인가'의 내용을 요약해 2회로 나눈 것입니다. 다음 특강은 24일 오후 7시부터 대구 교보문고 10층 강당에서 김영숙 대구교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아동 영어교육,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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