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정일 作 '고목나무의 여름'

고목나무의 여름

김정일

여름 한낮

고목나무 한 그루

심심하면

녹음테이프를 틀어놓고는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여름 한낮

아름드리 고목나무

바다가 그리우면

레코드판을 틀어놓고는

쏴아

쏴아

차르르

파도소리 듣는다.

한 편의 동시를 읽으며 유년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그러면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나무가 떠오를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 고목나무 그늘로 모여들지요. 여름 한낮, 온 동네는 정물처럼 고요합니다. 매미소리만 햇살처럼 쏟아집니다. 간혹 바다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바다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순수한 귀에는 '쏴아/쏴아/차르르'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느 새 아이들은 잠이 듭니다. 그들은 꿈속에서 바다를 만납니다.

바다와, 산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피서(避暑), 그 시절의 여름이 오히려 그립습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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