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학부모라는 분이 흥분된 어조로 전화를 걸어왔다. 찬찬히 이야기 해 보라고 했더니 '교사답지 못한 옷을 입은 교사를 어떻게 해 달라'고 한다.
아마 남학생 어머니인 듯한데 여선생님의 옷차림에 불만이 있단다. 한참 크는 사춘기 아이들 앞에 서는 교사가 짧은 치마, 가슴이 패인 옷, 선정적인 색깔로 된 옷을 입고 다녀서 되겠냐며 역정을 내는 것이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기능만 있지 않은 모양이다. 판사는 옷으로 권위를 드러낸다. 의사는 전문성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얻는다. 옷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신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옷은 안전 도모, 쾌적감 증진 등 신체 보호 기능과 자기 표현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와 장소 그리고 역할에 맞는 옷을 입게 되었다.
떨어진 청바지와 늘어진 T-셔츠를 입은 항공기 승무원, 잠옷을 입은 조리사,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경기장에 나온 축구 선수 등을 상상해 보자. 뭔가 어색하고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신뢰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가르치는 일의 전문성은 어떤 옷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국어 선생님은 한복을, 영어 선생님은 양복을 입으면 괜찮아 보일까? 수학 선생님은? 딱히 전문성을 드러낼 만한 옷을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교사들이 옷을 고르고 입을 때 조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있을 듯싶다. 가르치는 사람은 스스로 하나의 모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기(臟器)를 그려 넣은 T-셔츠를 받쳐 입고 수업한 생물 선생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엉뚱하게도 보이지만 옷을 학습 자료로 활용한 참신한 교수 방법의 한 예이기도 하다.
최근 선생님들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업 중인 교사는 자신의 의복, 용모, 장신구까지도 모두 교재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더 나아가 계절은 물론 단원의 내용과 특성에 맞추어 자신을 꾸미는(make up, dress up) 정도까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인간은 누구나 익숙해지면 곧 싫증내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기대할 만한 일이 꼭 필요하다. 옷이 아니더라도 용모, 동작 하나라도 새로움을 보태 보자. 그 고민과 노력만큼 우리 아이들은 더 예쁘게 자랄 테니까.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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