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캐슬(동성로)의 로미오와 아로마빌리지(향촌동)의 줄리엣이 만나면?'
대구시립극단이 20~24일 오후 8시 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 올리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조금 엉뚱하다. 이야기를 이루는 중요한 기둥인 이탈리아 베로나의 몬테규가와 캐플릿가를 번잡한 대구시내로 옮겨 놓은데다 작품 전반에 걸쳐 있는 비극적 사랑이야기에 웃음을 새겨 넣은 것도 이채롭다.
단순히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원작에서 설명이 부족했던 인물과 장면들에 창작과 추측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는 재주도 부렸다.
줄리엣을 사랑해 목숨마저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로미오. 하지만 그는 로잘린의 아름다움을 흠모해 짝사랑하다 줄리엣을 보자 한순간에 돌아서는 바람둥이로 그려진다. 로렌스 신부 역시 원작의 무게를 던져 버렸다. 로미오에게 언제나 바른길로 가는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그의 정신적인 지주로 존경받던 로렌스 신부는 약초를 캐며 연구하는, 그리고 신부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선보이는 해학적 인물로 새롭게 탄생했다.
무대도 볼거리다. 문화예술회관 대·소극장 앞쪽의 외벽을 무대로 활용해 한여름밤의 운치를 더하는가 하면 계단, 바닥 등으로 이루어진 객석은 관객들의 자유로운 관람을 돕는다. 여기에 7명의 라이브 연주와 대구시립합창단의 코러스가 현장감을 살린다. 지역의 극작가로 활동 중인 이성자 씨가 원작을 각색했고, 30대 초반의 윤정인 씨가 30여 곡의 아름다운 화음을 덧입혔다.
이상원 시립극단 감독은 "이번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고전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머물러 있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음직한 상황으로 재탄생되었다."며 "주옥 같지만 철학적인 대사도 쉬운 멜로디의 노래로 바꿔 보고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로미오 역은 대구시립극단의 첫 뮤지컬 '동화세탁소'에서 주연을 맡았던 고봉조 씨가 줄리엣은 공개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 황지혜 씨가 출연한다. 최두혁 대구시립무용단 감독이 안무를 맡았고 시립무용단 등 50여 명이 무대를 꾸민다. 5천 원. 053)606-6342.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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