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실에 버려진 아이 복지관서 양육 될 듯

10일 오후 남구 대명동 가톨릭대병원 신생아실. 세상 빛을 본 지 이날로 꼭 사흘째 되는 여자아기가 잠을 자고 있었다. 볼엔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었고, 가끔씩 찡그리는 얼굴엔 새침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한눈에도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기.

하지만 이 아기는 신생아실을 나가면 갈 곳이 없다. 낳아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기(본지 10일자 4면 보도) 때문이다.

이 아기는 지난 8일 오전 9시쯤 남구의 한 재래시장 공중화장실에 버려졌다. 발견 당시 아이는 탯줄과 태반이 그대로 있었다.

다행히 아기는 이 시장 상인이 태어난 지 10여분 만에 발견,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신생아실의 담당 간호사는 "2.8kg으로 태어난 아이는 현재 황달이 조금 있을 뿐 건강한 상태"라며 "앞으로 좀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건강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기를 버린 엄마. 그러나 이 엄마는 '불륜'으로 낳은 아기라며 키우기를 거부했다. 더욱이 엄마는 영아 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중이라 아기를 키울 형편도 못되는 처지다.

"생활고 때문에 바깥일을 하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알게 돼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는 엄마는 아기의 친부에게 "아이를 가졌다."고 사정했지만 아기의 아버지는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아기를 지울 용기를 내지 못한 엄마는 결국 아기를 시장 화장실에 버리게 된 것.

하지만 세상의 온기는 이 가련한 아기의 생명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구 남부경찰서는 아이의 입원비를 대기로 했고, 이 아기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 대구시내 한 아동복지관이 아이의 양육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아기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아기를 맡아 키우겠다는 전화도 많아 아직 세상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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