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명예 퇴장 지단 '골든볼'로 위안

2006 독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에서 불명예 퇴장당한 '아트사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34.프랑스)이 월드컵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아 다소나마 위안을 받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이하 한국시간) 10명의 골든볼 후보 가운데 지단이 2천12포인트를 얻어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중심축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1천977포인트)를 제치고 역대 7번째 골든볼 수상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1998년, 2000년, 2003년 FIFA 올해의 선수, 1998년 유럽 올해의 선수(발롱도르), 2001-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MVP로 선정됐던 지단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큰 개인상인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 목록에 추가하게 됐다.

지단은 이날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결승을 마친 뒤 일체 인터뷰를 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마르코 마테라치(인터밀란)와 말싸움을 벌이다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버팅'으로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은 뒤 프랑스가 승부차기 끝에 패하는 장면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월드컵 개막 이전 이미 그라운드와 고별하겠다고 선언하고 생애 마지막 경기이자 108번째 A매치에 나선 지단의 마지막은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했던 현역 생활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지단이 상을 받은 데는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스타가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는 상징성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단이 골든볼을 수상했다고 해서 은퇴 무대에서 당한 불명예와 상처를 쉽게 씻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단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브라질의 호나우두에게 양보했지만 결승에서 두 골을 넣고 조국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이번에도 골든볼을 받지 않을지언정 월드컵 우승컵을 안고 자랑스럽게 은퇴하는 모습을 훨씬 더 간절히 꿈꿨을 것이다.

지단은 아직까지 마테라치의 가슴을 들이받은 '퇴장 사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지단의 퇴장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팀의 리더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한 데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파리지앵'과 '르 피가로' 등은 '지단이 어리석은 공격을 하는 바람에 레 블뢰의 꿈이 무너졌다'는 논조로 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지주' 지단에 대해 날을 세웠다.

팀 동료와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 심지어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일부 선수도 '지단의 행동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한다'고 했지만 지단이 따뜻한 분위기 속에 골든볼을 받아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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