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全大 표분석…강재섭 현장 '몰표'

한나라당의 7.11 전대는 당초 접전이 예상됐던 대로 개표결과 발표에서도 극적 반전이 이뤄지는 등 흥미있는 결과를 낳았다.

'빅 2'였던 강재섭(姜在涉) 이재오(李在五) 두 후보는 여론조사와 현장 대의원 투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렸고, 결국 대의원들의 '몰표'를 받은 강 후보가 이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강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1천423표)에 비해 469표 뒤진 954표를 얻는데 그쳤으나 대의원 표를 이 후보(3천368표)보다 931표 많은 4천299표 획득, 역전에 성공했다.

강 후보와 이 후보의 전체 득표율은 24.98%(5천254표), 22.78% (4천791표)로 2.2%포인트 차 밖에 나지 않아 박빙의 승부였음을 보여줬다.

강 후보의 승인에 대해 당내에서는 '박심'(朴心.박근혜 의중)을 꼽는데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강 후보 자신도 당선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승리 요인을 '박풍'(朴風.박근혜 바람)과 '강풍'(姜風.강재섭 바람)의 합작품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박풍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당권 레이스에 늦게 뛰어든 탓에 선거중반까지 이 후보에게 밀렸던 강 후보는 선거종반 불거진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이 오히려 승기를 잡는 분기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피습사건 이후 대중적 인기와 당내 영향력이 급상승중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심중'이 강 후보에게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표가 급속히 강 후보 쪽으로 쏠렸다는 것.

역으로 대의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의 석권을 자신하며 승리를 장담했던 이 후보는 대리전 구도와 자신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색깔론'에 발목이 잡혀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박 전 대표가 이명박(李明博) 전 시장과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두 사람간 신경전도 본격 점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강창희(姜昌熙) 후보의 지도부 진입은 충청권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에다 '강재섭-강창희 짝짓기 전략'이 맞물린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관계를 토대로 '표품앗이'를 했다는 후문. 충청표를 장악하고 있는 강창희 후보가 2표중 1표를 강재섭 후보에게 밀어주고, 'TK'(대구.경북)의 대표주자인 강재섭 후보가 이 지역표 1표를 강창희 후보에게 밀어주면서 '1인2표'제를 십분 활용했다는 것.

여성자동 몫으로 당선이 일찌감치 확정됐던 전여옥(田麗玉) 후보는 당초 예상대로 대의원 투표에서는 833표를 받는데 그쳤으나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후보 다음으로 많은 1천161표를 획득하는 저력을 과시, 자력으로 지도부 진입에 성공했다.

당 중앙위 의장인 정형근(鄭亨根) 후보의 '턱걸이' 지도부 진입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공안전문가'라는 부정적 이미지 탓에 지도부 진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관측도 있었으나 당내 최대 조직인 중앙위원회의 의장이라는 점과 북한 미사일 위기가 초래한 '안보정국'의 반사이익이 최고위원 당선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장중도파 대표로 나선 권영세(權寧世) 후보의 낙선은 이번 전대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올들어 이재오 원내대표,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 를 잇따라 배출하며 당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한 소장파들은 권 후보의 선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권 후보가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판세가 일찌감치 양강구도로 진행됐던 것도 권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규택(李揆澤) 이방호(李方鎬) 후보는 각각 수도권과 부산.경남이라는 지역기반을 앞세워 지도부 진입을 시도했으나 조직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전대를 통해 이른바 '구시대' 인물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지도부에 대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당이 너무 보수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몇 안되는 민정계에다 검사출신인 강재섭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고 육사를 나와 민정당 창당 주역중 한명인 강창희 후보와 대공전문가인 정형근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보수색채가 한층 강해졌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전여옥 후보를 포함할 경우 당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중 4명이 보수성향의 인사들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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