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변없이 끝난 독일월드컵에서 최대 화제의 하나는 지네딘 지단의 퇴장사건 아닐까. 프랑스 축구의 대명사인 지단이 이탈리아 선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박아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일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이유야 어떻든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프랑스는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고,지단의 18년 현역생활의 마지막 무대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화려한 피날레 대신 눈물이 가득 차오른 눈으로 쓸쓸히 걸어들어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 삶이란 것이 때때로 심술을 부려 우리 허파를 있는대로 터뜨려 놓곤 한다. 살다보면 누구라도 머리 뚜껑 확 확 열릴만한 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 한국인은 유독 욱, 하는 기질이 강한 것 같다. 제 성질을 못이겨 활화산 용암 뿜어내듯 터뜨리기 부터 한다. 그럴 땐 브레이크도 말을 안 듣는다. 나중에사 삼수갑산에 갈망정 끝까지 가버리려 들 때가 많다. 이로인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
일본의 '성공철학' 관련 저술가이자 카운슬러인 우에니시 아키라 박사는 뚜껑 열리기 직전 화 다스리는 기술 몇 가지를 조언한다. "감정이 끓어올라 폭발 직전이라면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라, 심호흡하라,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소리 지르고 크게 노래를 볼러보라,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라,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을 종이에 쓰서 태워보라, 나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
흔히 사람이 큰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대개는 행복했던 기억보다 후회어린 감정이 먼저 든다.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참을걸, 좀 더 베풀걸, 좀 더 이해할걸, 좀 더 노력할걸…. 그러고보면 왜그리도 "좀 더", "좀 더" 해야 할 것들은 많은가. 후회하기 전에 미리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덜 고민했으리라.../분명코 더 감사하고/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류시화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중).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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