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린츠시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푸첸나우 단지. 도나우강변 언덕에 자리잡은 이곳은 외관상 보기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주택단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도심 외곽에 위치한 주거 단지지만 1만여 평 부지 위에 900여 가구가 입주해 있어 멀리에서 보면 빽빽한 느낌을 주며 단지 내 주택 또한 세련미나 화려한 미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러나 단지 입구에 들어서면 대표적 친환경 단지로 꼽히는 푸첸나우의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단지 진입로까지만 차량 통행이 가능할 뿐 방문객이나 입주민 모두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단지 내에서는 자전거나 도보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20여 년 전부터 조성이 시작된 이곳은 단지 배치에서부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승용차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된 곳"이라고 단지 소개를 한 린츠시의 담당 공무원 실비아 씨는 "승용차 이용은 이사를 할 때 시청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단지 내 승용차 통행을 막는 것은 푸첸나우 단지의 조성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도로 공사에 따른 인위적인 부지 정비와 넓게 포장된 도로, 주차장으로 인한 이웃과의 단절감 등을 막고 단지를 최대한 자연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배려다.
롤랜드 라이너 교수가 설계하고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주택회사인 노이에 하이마트사가 시공한 이 단지는 실제 시공 단계에서부터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표면을 인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구릉지와 경사면을 그대로 활용해 단지를 배치하고 별다른 조경 없이 단지 개발 전 수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 지대가 낮은 남편에는 1~2층의 단독 주택을, 구릉지인 북편 지역에는 3~4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바람길을 고려하면서도 시선이 복잡하지 않은 단지 배치를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단지이지만 마치 자연스레 형성된 오래된 주택가를 연상케 한다. 잘 정리된 부지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아파트에 길들여진 한국식 시각에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단지 내 복잡한 골목길이다. 이웃과의 친화를 중요시하는 코하우징(co-housing) 개념이 강조된 푸첸나우 단지 내 집들은 모두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주도로 개념인 단지 중간을 통과하는 도로의 폭이 불과 4m 정도. 나머지는 1~2m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사라질 듯한 길을 끼고 들어가면 새로운 길이 나오는 60, 70년대 한국의 주택가 골목길과 동일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중년부부는 "단지 내로 승용차가 들어올 수 없으며 이사를 할 때만 시청 허가를 맡아 출입이 가능하다."며 "차가 단지 내에 없고 초·중학교가 있어 아이들을 키우거나 조용히 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푸첸나우 단지를 좀 더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푸첸나우가 주거단지로 명성이 높은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길이 좁은 만큼 집과 집 사이가 붙어 있지만 낮은 담장과 수목을 적절히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서면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지켜지며 벽면이나 좁은 소로 곳곳에 담쟁이 덩굴과 수목을 심어 놓아 단지 전체가 녹색으로 덮여 있다. 또 구릉지를 활용한 놀이터와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 빗물을 보전한 물순환 시스템 등 에너지 저소비와 건강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친환경 단지의 요소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1991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독일 베를린 남동부에 위치한 키르슈타펠트 주거단지는 저층 고밀도 아파트 중심으로 설계된 또 다른 친환경 단지이다.
2천600가구의 대단지가 입주해 있는 키르슈타펠트 단지도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돼 있다. 단지 내에서 콘크리트로 포장된 부분은 최소화한 차도와 보행로 뿐이며 빗물 유입관을 따로 만들지 않고 단지 주위에 작은 도랑을 설치해 원래 있던 자연 하천과 생태호수로 연결되도록 설계가 돼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나 건물 뒷공간 등은 모두 단지 개발 이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아파트 단지 공사의 우선 순위로 중장비로 택지조성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아파트 단지를 살짝 얹어 놓은 모습이다.
단지 입구부터 실내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채워진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 속에 애써 수목을 심은 한국의 아파트 단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