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적인 막판 역전승…강재섭 대표의 '4전5기'

지난달 26일 한나라당 서울시당 대회가 열린 잠실역도경기장 입구. 막 당권 도전을 선언한 강재섭 의원은 수행팀에 불같이 화를 냈다. 상대인 이재오 당시 원내대표 사진은 행사장 입구에 큰 걸개그림으로 걸려있는데 자신의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한 측근은 "강 대표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봤다. 예전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일인데 이번엔 달랐다."고 말했다.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신임 대표가 극적인 막판 역전승을 이뤄내면서 그의 '4전5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마지막 전당대회 출마에서 결국은 승리를 거두면서 그동안의 패배 기억을 말끔히 씻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전당대회 이력만 보면 강 대표는 이번에 보인 '전투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게 도전장을 던졌던 지난 98년 전당대회 불출마는 대표적인 사례다. 'TK꿈나무'로 '한국의 토니블레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기세있게 총재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강 대표는 당시 출마선언 8일만에 뜻을 접었다. 그때 대구·경북과 강 대표 주변에서는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후 지난 2000년부터 계속된 세 번의 전당대회 성적표도 신통찮았다. 특히 지난 2002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는 서청원, 강창희, 김진재 의원에 이어 4위를 했고 2003년 전당대회 때는 3등을 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이회창 전 총재의 견제로 뜻을 펴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지난 2003년 전당대회때는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속에서도 당권 도전에 실패해 "강재섭 시대는 끝난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달랐다. 강 대표 본인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마지막 선거라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강 대표의 '독기'가 묻어났다. 종전의 부드럽고 순한 이미지, 웰빙 이미지는 찾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강 대표 측근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도 '대권'에 무게중심을 뒀던 강 대표.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당권도전을 선언했는데도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궈낸 것은 이같은 그의 변신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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