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로자 세부담 완화 놓고 당·정 '엇박자'

열린우리당의 조세정책 기조가 감세론으로 기울고 있다. 불과 6개월 전만해도 정부와 함께 증세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감세론의 중심에는 '근로소득자의 세금부담 경감'이 자리잡고 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에 주문해서 근로소득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세법 개정작업을 오는 8월 중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세가 많이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세부담 경감 필요성을 설명한 뒤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등의 소득공제 확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당초 여당은 소득세율 인하나 과표구간 조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경부가 "소득세율은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와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에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율만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며 과표구간 조정 역시 마찬가지"라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자 소득공제 대상 확대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여당의 뜻을 수용하느냐다.

재정경제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감세반대'가 대세이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감세 드라이브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근로소득자에 대한 취학전 자녀 교육비 공제대상 확대는 이미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에 들었다. 유치원 놀이방 컴퓨터 등으로 한정된 소득공제 대상을 태권도장, 수영장 등 체육교육시설까지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연 200만 원 한도인 취학전 자녀 교육비 공제폭을 더 확대하고 교육비 뿐만 아니라 양육비의 소득공제 확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는 자녀 1인당 연 100만 원까지 양육비 공제를 받을 수 있으나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재경부는 저출산·고령화 등에 대비한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비춰 이미 발표된 취학전 아동의 교육비 소득공제 확대 이외에 추가적인 세부담 경감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세금정책을 둘러싼 당정간의 마찰음이 예상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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