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타 지역 업체 유치에는 열을 올리면서 왜 지역 업체들에겐 관심을 갖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시 북구 칠곡지구 등지에 집적해 있는 모바일 업체들은 대구시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의 기업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놓았다.
이곳 20여 업체 중 12개 업체 대표들은 11일 칠곡을 찾은 문영수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박광길 과학기술진흥실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그간의 섭섭함과 불만 등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구시가 '외지업체 유치'에 올인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업체 지원에 소홀할 경우 자칫 지역기업의 '역외 유출'이라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인 셈이다.
박경욱 ㈜퓨전소프트 대표이사는 "대구시 등 행정기관이 지역 업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더 이상 지역을 고집할 필요 없이 PMP, 내비게이션 등 신규 사업을 위해 서울디지털밸리에 입주하기로 했고 본사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칠곡지역 모바일업체들이 결집할 수 있도록 1년 전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척이 없다는 것.
조현복 링크텍 대표이사도 "4년 동안 대구시에 세금만 2억여 원 냈지 한푼 지원받은 적 없다."며 "모바일 관련 업체의 경우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어서 운영비든 시설자금이든 조금만 지원받아도 인력 확보와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되는데 그동안 이렇게 방치해 놓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칠곡지구의 기업 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박희정 모빌코어 대표는 "이곳은 불법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단속의 주 타깃인 데다 단란주점, 게임방, 모텔 등과 뒤섞여 연구개발 환경이 열악한 것은 물론 바이어 등에게 보여주기조차 부끄럽다."며 "재정적인 부담을 해도 좋으니 더 늦기 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업들의 공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특히 경북대에 건립되는 모바일빌딩에 대한 반감도 높았다.
임대료 등 유지비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드는 반면 혜택은 별로 없어 입주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힘에 부쳐 구조조정까지 감행하고 있는 지역 업체들의 목을 죄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환 ㈜다이시스 대표는 "수도권 업체 유치를 위해 빌딩을 짓는 등 투자를 많이 하면서 가능성 있는 지역 업체들이 빠져나가는 것엔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주거환경이나 교육, 문화 등 환경 조성에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호 비엔디 대표도 "1천억 원이나 들여 모바일빌딩 짓지 말고 차라리 보육원이라도 많이 만들어 주면 모바일이나 IT 분야 업체의 우수인력 확보 및 외부 유출, 퇴직 등 손실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번듯한 건물도 필요하지만 외국 등 경쟁업체들의 시장점유율, 가격분석 등 무형의 자료 지원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영수 정무부시장은 "신임 시장의 경제살리기 우선 정책에 따라 앞으로도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 직접 업체들을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또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요구 중 가능한 것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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