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사랑의 묘약

수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TV 드라마, 노랫말 등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만큼 우리 삶에 밀착되어 있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랑을 이루는 묘약이 있다. 도니젯티 불후의 명작 희가극 '사랑의 묘약'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의 하나다. 매 공연마다 연출이 다르고 출연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신선한 느낌으로 다시 보고 즐기곤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그만 마을에서 큰 농장을 가진 미모의 아디나를 순진한 마을청년 네모리노가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을 말 못하며 속만 태우고 있을 때 직업군인 벨꼬레가 등장하여 아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더욱 애가 타는 네모리노 앞에 돌팔이 의사 둘까마라가 나타나 포도주를 만병통치약이라며 이 약만 먹으면 사랑도 당신의 마음대로 된다고 한다. 네모리노는 가진 돈을 다 주고 그 약을 사서 마신 뒤 만 하루가 지나야 약효가 난다는 말만 믿고 기다린다. 도도해진 네모리노를 본 아디나는 화가 나서 벨꼬레와 오늘 저녁에 결혼하자고 한다.

하지만 아디나는 결혼서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망설인다. 벨꼬레는 연적인 네모리노를 군대에 가도록 한다. 초조해진 네모리노는 군대에 가는 계약금으로 둘까마라에게 다시 약을 사서 먹는다. 한편 자네타는 네모리노의 숙부가 막대한 유산을 네모리노에게 남겼다는 소문을 온 마을에 전한다. 마을 처녀들은 이제 네모리노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다. 네모리노는 약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좋아한다. 이 때 둘까마라는 아디나에게 당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네모리노가 군대에 가게 되었다고 전하며 당신도 나의 약을 사서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아디나는 "내 얼굴이 바로 사랑이고 내 눈이 바로 묘약"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에 감격하여 네모리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포도주가 사랑의 묘약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진정한 사랑의 묘약은 포도주가 아니고 바로 '나' 자신임을 알 수 있다. 사랑의 묘약을 거절한 아디나는 사랑의 완성이 외부에 있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관객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 사랑이란 밖에서부터 구하여 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다. 사랑의 씨를 뿌리고 그 싹을 키우며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이 바로 사랑의 묘약이다. 이제 자신이 갖고 있는 사랑의 묘약 힘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어보자. 세상은 모두가 동경하는 그러한 사랑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영기 계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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