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세계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월드 프라이드(World Pride)'를 앞두고 행사 주최 측과 종교인들 간의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로, 이들 종교는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있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단체인 '예루살렘 오픈 하우스'는 내달 6일부터 예루살렘에서 갖기로 한 '월드 프라이드' 행사를 종교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단체는 1주일간 진행될 행사 기간에 동성애자 권리를 홍보하기 위한 거리행진, 학술회, 전시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행사 책임자인 하가이 엘-아드는 로이터통신 회견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때 예루살렘의 신성(神聖)이 최고의 빛을 발할 것"이라며 올해 동성애자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는 '소돔과 고모라' 사람 한 명을 죽이면 4천500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내용의 벽보가 등장하는 등 이 행사를 무산시키려는 세력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행사 때는 극우 정통유대인들이 참가자들을 흉기로 공격해 3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도덕적 퇴폐가 극에 달해 하느님이 내린 유황불로 멸망했다고 구약성서를 통해 전해지는 사해 부근의 고대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 사람은 동성애자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주최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행사 참가자들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인 성전산(템플 마운트·무슬림들은 '알-하람 알-샤리프'라고 부름)까지 거리행진을 시도할지 여부라고 전했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으로 알려진 성전산은 기원전에 유대인이 3개의 성전을 건설한 터이다. 또 서기 7세기 예루살렘을 정복한 무슬림들이 지은 바위사원(일명 황금사원·오마르사원)이 남아 있는 이곳은 예수가 기도를 올린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종교인들은 동성애자 축제 참가자들의 성전산 행진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로마 가톨릭 교황청도 동성애자들의 성전산 행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행사 주최 측은 일단 예루살렘 시내 거리 행진만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루살렘시 당국은 반대세력의 공격을 유발해 유혈충돌로 번질 수 있는 게이 축제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을 허용하는 문제를 경찰에 일임해 어떤 결정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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