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고교에서 발생한 내신 성적 조작 파문이 교사 개인의 잘못을 넘어 대학입시의 구조적인 허점을 보여주는 전국 공통사안이라는 교육계 지적에 따라 이번 파문의 원인과 학교현장의 실태, 개선대책 등을 긴급 점검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에 처음 도입한 수시모집 지역균형 선발전형은 대입제도 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단계 전형에서 내신 성적만으로 모집인원의 2배수를 선발함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과 학부모, 고교들이 내신성적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된 것.
이후 고교에서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수'를 주기 위해 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이른바 '내신 뻥튀기'현상이 완화된 대신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가정에서 관리하고 학교차원에서 배려하는'내신 관리·기획'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법대 경우 2005학년도에는 대학 자체 기준으로 내신성적이 200점 만점에 194점대면 합격할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 점수에 해당되는 학생은 학교마다 한두 명을 넘지 못했다. 고3 1학기까지 열 번의 중간·기말시험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받기 어려운 점수였던 것.
그러나 1년 뒤인 2006학년도에는 서울대 법대의 합격선이 196점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내신 성적 관리에'올인'하는 학생이 늘면서 학교시험 한두 문제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릴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 내신 성적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수행평가 역시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서울대에 이어 연·고대 등 상위권 대학들이 도입한 지역인재 할당 등의 전형 역시 비슷한 전형 방법을 도입하면서 내신 성적에 울고 웃는 수험생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고1 때부터 내신 성적관리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하고, 한 명이라도 더 명문대에 보내려는 고교차원에서는 가능성 있는 학생들은 일찌감치 내정해 성적을 배려하는'기획'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대구 모 고교의 내신조작 파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사가 답안지를 새로 작성한 학생 가운데 문·이과 1등이 포함된 것은 교사의 말처럼 단순한'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대구의 한 고3 담당 교사는"한두 문제만 틀려도 원하는 대학합격이 위태로워지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교사에게도 신경이 쓰이는 존재"라며 "전국 어느 학교에서든 이 같은 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학교에 얼굴을 더 자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교 학부모회 행사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조금이라도 학교와 친해져야 내신 성적에서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맞벌이 부부나 학교에 올 사정이 안 되는 학부모들의 공연한 불안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관리와 기획'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다수 학생, 학부모들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인 박탈감.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지금까지 대학입시는 가난한 학생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받아 들여졌지만 갈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절망만 안겨주는 요소가 커지고 있다."며"전체 입시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룰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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