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딸에게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

영선아! 그저께 네가 불쑥 물었지.

"아빠! 미치광이풀 알아?"

"엉! 잘 모르겠는데. 그런 풀도 있었나?"

"봐. 만화책에 나오잖아." (만화책 제목은 '개그짱 과학짱 명탐정 판즈'였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우리나라 것이 맞나?"

솔직히 아빠는 좀 쑥스럽더구나. 네게 생명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려줘야 하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말이다.

그래서 아빠는 식물을 연구하시는 박사님께 얼른 물어봤다.

그 박사님 말씀이 "미치광이풀에는 독이 있고 산골짜기에 사는데 아주 찾기 어렵다"고 하시더라. 미치광이풀은 아플때 통증을 멈춰주는 약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도 하셨어. 이정도면 아빠도 상당히 노력했지!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풀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르시던 동요중에 이런게 있지.

민들레는 시집 가고/ 고들빼긴 장가 가고/ 달래 사촌 어떻게 왔나/ 때굴때굴 굴러 왔지/

재미있지! 풀꽃들이 씨를 퍼트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노래에 담았어. 모든 생명이 그렇듯 풀꽃들도 자기 아이들을 더 많이 더 넓게 퍼트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단다. 그래서 민들레는 씨에 낙하산 모양의 깃털을 달아 바람에 둥둥 날리게 하지. 재미있는건 그걸 보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으로 표현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야. 진짜 '멋쟁이'였던게 분명해.

민들레와 달래는 네가 알겠고 고들빼기는 잘 모를거야. 고들빼기는 국화와 닮았는데 산과 들, 시골 길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요즘 집에서 키운 고들빼기로 담근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더라.

이들 풀꽃은 다 먹을 수 있다는게 좋아. 옛날부터 약으로 쓰이고 맛있는 반찬이 되기도 하고 술을 담그는데도 쓰였어.

들판의 이름없는 풀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겠지. 하찮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겐 다 소중해. 앞으로 네가 사람들 발길에 밟히는 풀 한포기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구나. 이것으로 아빠의 말씀 '끝~'.

★ 박병선 기자가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편지 형식으로 실었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