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38·수성구 중동) 씨는 지난 보름 동안을 생각하면 끔찍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6살난 아들이 이질증세로 대구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 이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첫 3일 동안 병원 측은 병실청소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1종 법정 전염병인 이질이 옮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누구도 이 병실에 들어 오려 하지 않은 것이죠. 어느 병실보다 위생에 신경써야 할 어린이들의 병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났습니다. 20명이 넘는 어린이집 원생들이 '땀과 피로 범벅된' 시트를 깔고 며칠 동안 살았습니다."
조 씨는 보다 못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집단 항의로 겨우 시트를 갈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개월 된 갓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조 씨 부인(32)은 "동생에게 병이 옮을까봐 아이에게 갈 수도 없었는데 병원에서마저 아이를 방치해 속상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시트 사건' 이후에도 조 씨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퇴원여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보건소 측이 보인 태도 때문.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퇴원여부를 물었지만 병원 측은 보건소에 문의하라며 답을 회피했고, 보건소 역시 병원 측의 결과에 따르라는 답변만 해 왔습니다. 아이의 변을 배양해 이질균의 존재여부를 조사하는 데 3, 4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처음엔 마냥 기다렸는데 결국 답이 없었습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말이 없자 병원에 항의했다. 병원은 "내일이면 퇴원여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무려 4번이나 반복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조 씨는 며칠을 기다리다 13일 오전에야 아이의 퇴원 수속을 밟았다.
"전염병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관리와 처리절차를 보면서 우리나라 의료행정이 아직도 후진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법정 전염병이라며 보건소가 나서 아이들을 입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했으면 '책임있고, 깔끔한' 행정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런 '무책임 보건행정'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길 간절히 빈다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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