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로유실은 자연재난 아니다(?)"…이상한 재해집계

"세상에 이런 법도 있습니까. 차를 몰고 가다 도로가 꺼지면서 떨어져 다쳤는데 보상은 커녕 재난 현황 및 집계에 조차 포함시키지 않다니 말이 됩니까."

태풍 에위니아가 내습한 지난 10일 오후 울진 기성면 다천리 마을 앞에서 타고가던 차가 길이 내려앉으면서 떨어져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배모(56·울진 평해읍) 씨 부부(본지 11일자 9면 보도)는 자신들의 사고가 경북도와 울진군청의 공식적인 재난 인명피해로 집계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분개했다.

더우기 이 사고가 자연 재난에 포함되더라도 골절 등 후유증이 없는 부상의 경우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관련법과 지침에 따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행정기관의 입장에 할 말을 잃었다.

중앙재해대책안전본부의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 관리지침'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태풍 홍수 등의 자연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하거나 실종 또는 부상당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돼있다.

그러나 배씨 부부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운전중 멀쩡한 도로가 무너지면서 차가 떨어지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인 만큼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 도로는 수개월 전에도 무너져 한 달 전쯤 다시 포장한 것인 만큼 행정관청의 관리소홀에 따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한편 농기계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배 씨는 이웃 동네에서 우사에 비가 샌다는 연락을 받고 이를 고치러 갔다가 사고가 났고 부인 이 씨는 폭우속에 집을 나선 배 씨가 안스러워 동행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를 많이 다쳤다는 배 씨는 "비가 너무 많이 온다며 자꾸 같이 가자는 아내를 끝까지 말렸더라면 그나마 괜찮을텐데..."라며 한숨을 지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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