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있으나 마나…"주정차위반단속기, 휴일엔 먹통

토요일이던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시장 앞 왕복 6차선 도로. 가장자리 2개차로를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GS프라자 호텔 앞에서부터 지하철1호선 방촌역까지 양방향 300여 미터 구간은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었다.

이 곳엔 고정식 주정차무인단속기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불법주차를 한 운전자들은 아랑곳 않았다. 공무원들이 쉬는 주말과 휴일엔 무인단속기가 먹통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

"무인 주정차 단속기가 생기면 공무원들이 쉬는 토요일·일요일에도 단속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토요일·일요일 단속이 안되는 것은 물론 평일에도 불법주정차는 여전합니다. 시장 뒤의 아파트로 들어가는데 땀을 뻘뻘 흘립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동네 주민 류모(38) 씨는 무인단속기를 보면 화부터 치민다고 했다.

대구시와 시내 구청이 "불법 주정차를 뿌리뽑겠다."며 6억 원을 들여 만들어놓은 '주정차위반 무인단속기' 상당수가 헛돌고 있다.

무인단속기 설치장소 주변상인들의 민원제기가 겁난다며 구청측이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

동구청에 따르면 방촌시장 앞 무인 단속기의 지난 달 적발건수는 20건으로 하루 1건에도 미치지 않았다. 대당 3천300여만 원 씩이나 주고 사들인 무인 단속기를 사실상 놀리는 셈.

지난 7일 오후 대구 수성구과 남구에 설치된 무인단속기 앞에서 30분 넘는 주차차량 번호를 기록, 4일 뒤 구청에 단속여부를 확인하자 모두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단속기가 불법 주정차 여부를 적발해 낼 수 있는 거리는 150미터. 취재진이 확인한 '30분 이상 불법 주정차 차량'은 모두 단속기로부터 50m 안팎에 있었다.

북구 강북지역 동아백화점과 네오시티 앞에 각각 무인 단속기를 설치해 놓은 북구청은 지난달 162건의 단속실적에 그쳤다. 공휴일과 주말·휴일엔 단속않는 탓에 평일기준 시 하루 평균 7.7건을 적발했다. 더욱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쯤만 단속기가 돌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0.6대의 단속실적이다.

주부 황모(36) 씨는 "이 곳에 사는 주민들 모두 무인단속기가 무용지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헛돈만 들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들은 "주민 민원을 고려해 단속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 시내에는 올 상반기부터 모두 18곳의 무인 주정차 단속기가 설치돼 현재 가동중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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