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아버지 여읜 슬픈날 복날 메시지

며칠 전 친정 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이 지났다. 2년 전 친정 아버지께서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몇 개월을 병원에서 고생하시다가 그 후유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79세었지만 평소에 운동과 소식으로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노령이지만 건강하셨다.

그 해, 여름은 100년만의 더위라며 매스컴에서는 더위를 이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내놓고 떠들썩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친정 아버지께서는 그 해 여름 찜통 같은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좀 더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회한의 울음을 쏟아놓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핸드폰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허허 웃음이 나왔다.

통통한 닭이 이모티콘으로 그려져 있었고 "복 날 삼계탕 드시고 더위 싹~ ^^" 이란 후배가 보낸 애교 어린 메시지였다.

전화를 걸어 경황이 없어 연락을 못하였다는 나의 말에 후배는 당황해하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 후, 나는 복날이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와 그 메시지를 생각한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장된 폰 번호를 나는 지울 수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유품이기도 하려니와 아버지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순희(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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