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컬렉터 김민석이 30년 수집품으로 말하는 세계의 모든 스타일/ 김민석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부럽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27년 동안 70여 개국을 400회 이상 방문. 비행 마일리지 300만 마일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갖고 있는 지은이의 얘기를 듣고 떠오르는 말이다. 아직도 1년에 평균 8개월은 해외에 나가있다니 그런 감정은 더해진다.
사실 지은이 김민석 씨에 대해 풀어낼 '썰'은 대단히 많다. 김 씨가 수집한 물품은 10만 여 점에 달한다. 소장하고 있는 이들 문화상품과 예술품을 해외 각국의 거래처와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판매하고 임대하는 (주)솔로몬의 대표가 김 씨의 직함이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어릴 적부터 모은 우표는 제쳐두고라도 25세 때 단돈 20달러를 갖고 시작한 수집 생활의 결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정말 다양하다.' 전 세계 수집품이니 아시아권, 유럽권, 아프리카권, 아메리카권으로 크게 나누어도 네 부분이다. 이를 또 각 지역마다 세분하니 또 53가지 스타일이 나온다. '저렇게 분류하는 것도 대단히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모든 수집품을 담을 수는 없었기에 김 씨는 자신에게 남은 60여 개의 국가 이미지와 제일 잘 맞아떨어지는 오브제 400점을 선별했다.
400점 오브제는 국가별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시에 디자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수집품들이다. 영국에서 장만한 빅토리아풍의 가구에선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베네치아 스타일의 가면을 보면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견고함의 상징인 초기의 독일제 카메라 등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스타일도 있다. 요즘에야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쉽게 볼 수 없었던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희귀하고도 재미있는 수집품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김 씨는 수집품 하나하나에 설명을 달았다. 하나씩 사모을 때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작업이었을 것이다. 상세한 설명에 따르면 같은 아프리카 안에서도 지역별로 스타일이 약간씩 다르다니 흥미로운 부분이다.
김 씨가 풀어내는 각 지역의 '스타일' 얘기도 재미있다. 프랑스 파리가 화려한 귀족이라면 프로방스 지방에선 순박한 농부의 특성을 찾아냈다. 스페인에서는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열정을, 터키에서는 오리엔탈과 서구의 만남을 발견했다. 순박한 들꽃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스리랑카, 짝퉁과 명품으로 대변되는 홍콩, 열대 밀림에서 탄생한 과학 중미, 흑단의 매력이 보이는 탄자니아, 정제된 화려함의 모로코 등 모든 국가마다 그 국가 특유의 개성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무슨 일이나 사건보다는 그 배후의 일이 재미있는 법. 김 씨는 이야기를 풀면서 여행·수집 중에 만난 현지인들과의 이야기, 낯선 곳에서 겪은 해프닝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벨기에의 한 골동품점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전화상으로 판매인의 친구와 영어로 겨우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며, 도저히 예약이 안돼 무작정 찾아갔던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한 골프 클럽에서 그 자리에서 허가를 받아 다음날 새벽 일찍 라운딩을 나선 일, 대만의 불광사에서 쇠갈비로 알고 산 콩갈비가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올라왔던 일 등은 고된 여행에서 김 씨가 느꼈을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김 씨는 '현명한 여행은 재산이 된다.'며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11가지'도 실었다. 골동품에 대한 관심이 커져 김 씨가 처음 수집에 나섰을 때보다 싼값에 좋은 물품을 구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본다면 '돈드는 여행'을 '돈버는 여행'으로 만들 수도 있는 방법들이다.
자신의 여행과 수집품을 정리하면서 내린 결론을 지은이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물건을 수집하면서 깨달은 것은 "훌륭한 오브제는 고대 문명지 혹은 오랜 문화를 가진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권이 과거의 다른 왕조를 넘어설 만한 업적을 남기려고 했다.", "신의 형상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마음에서 훌륭한 예술품이 탄생했다."는 것이 지은이 나름대로 분석한 원인이다.
이러한 점이 바탕이 돼 과학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체계화된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는 장인정신으로 기술자들에게 흡수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손의 감각에 맞게 바뀐 예술정신은 결국 어떤 시대 그 어떤 이의 눈에도 거슬리지 않을 만큼 완성된 디자인과 놀랄만한 실용성·과학성을 뽐내는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많은 세계인들이 여전히 벼룩시장과 골동품 상점을 잊지 않고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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