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원 폭우…23명 사망·실종, 도로 마비

15일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집중 폭우로 최고 389.5㎜의 비가 내린 강원지역에서는 일가족 등 주민 23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또 시간당 80㎜의 집중 폭우로 주택 781채가 침수 또는 파손돼 1천8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낙석 및 토사 유출로 영동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 31곳이 끊겨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파손돼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전기와 전화, 통신회선도 끊겨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실종.고립 등 인명피해 =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현재 인제와 평창지역 주민 7명이 폭우 등으로 숨지고 15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이날 오후 3시 50분께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박모(32)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박씨와 김모(41)씨 등 2명이 숨졌다.

이날 오후 3시께는 인제군 덕산리 김모(85)씨가 밭일을 보던 중 토사에 휩쓸려숨졌고 오전 11시 10분께 인제군 남면 부평리 백모(76.여)씨가 폭우에 휩쓸려 사망했다.

또 낮 12시께 인제군 남면 남전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집안에 있던 심모(87)씨와 부인,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집과 함께 휩쓸려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인제군 북면 한계3리 속칭 민박촌에서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주민 5명이 실종됐다.

또 낮 12시10분께 인제군 기린면 서리 인근 계곡물이 범람해 마을이 침수되면서 주민 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등 도내에서는 모두 77명의 고립객이 구조됐다.

화천군 동촌1리 80가구 주민 189명, 화천 평화의 댐 직원 12명과 양구 해안 천미리 5가구 주민 9명도 도로 침수로 교통이 전면 통제되면서 고립됐다.

◇침수.토사유출 교통두절 = 폭우가 내린 강원지역에서는 영동고속도로 등 45곳의 도로가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되고 있다.

이날 폭우로 침수 및 토사유출 피해가 난 도로는 모두 45곳으로 이 중 영동고속도로 평창 진부IC, 장평IC 등 35곳은 전면통제되고 있고 10곳은 부분 통제되고 있다.

전면통제되고 있는 국도는 인제 북면 한계리 44번 국도, 인제 북면 한계초소 인근 46번과 56번 국도, 인제읍~기린면과 인제읍~양구를 잇는 31번 국도, 평창 진부면 마평리 59번 국도, 평창 용평 6번 국도, 정선읍 구간 42번 국도, 춘천 배후령 인근 45번 국도 등이다.

또 지방도는 양구 동면 팔랑리 453번 지방도, 화천군 해산터널~양구 방면 461번 지방도, 영월 주천면 82번 지방도, 정선군 6번과 9번 군도 등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특히 인제군 북면 장수대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와 양양군 서면 오색리 1리 지역 도로유실로 통행이 불가능한 이 구간에 차량운전자를 비롯한 승객 등 수백명이 고립됐다.

이밖에 이날 오후 1시 16분께는 평창군 도암면 용평콘도 입구에서 호우로 침수된 도로를 지나던 관광버스 1대가 급류에 휩쓸려 승객 30여 명이 긴급 구조되기도 했다.

◇주택침수.농경지 피해=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가옥 697채가 침수되는 등 모두 781채의 주택 피해가 났다.

이로 인해 강릉, 횡성, 평창, 철원, 양구, 양양 등 10개 시.군 635가구 1천855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와 하진부 등 저지대가 물에 잠기며 150여 가구가 침수되면서 진부초등학교와 중학교에 3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또 봉평면 창동리와 도암면 횡계리도 물에 잠겨 각각 100여 가구가 침수됐으며 대화면 상암2리 30가구도 하천물이 범람해 물에 잠겼다.

이밖에 춘천 사평천과 양구 한세골천, 양구 방산면 수입천 등 하천 20곳의 제방이 유실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으며 양구 만대골천 등 소하천 22곳은 일부 구간이 유실됐다.

또 저지대 농경지 90.1㏊가 침수 또는 토사에 매몰돼 1천9㏊의 농작물 피해가 났고 축사 2동이 침수됐다.

◇상수도.전기.전화도 끊겨 = 강원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전기와 전화, 통신시설 피해도 이어졌다.

특히 춘천, 평창, 정선, 양양 등 7개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3만3천29가구에 정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정선 북면 구절리, 양양 서면 오색, 평창 진부와 용평 등 1만7천660가구는 응급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어둠 속에 떨고 있다.

또 인제군 덕산정수장과 인제읍 고사취수장이 매몰되고 기린면 현리취수장과 남면 부평 취수장시설이 유실되거나 전기 단전 등으로 급수를 하지 못해 인제읍과 북면 남면 기린면 일대 4천여 가구 1만5천900명의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인제지역 곳곳의 도로유실에 따른 광케이블 파손으로 기린면과 진동, 방동리 지역 등이 통신두절 됐으며 양양군 오색리와 평창군 용평, 속사, 면온 지역 등에서 통신회선 피해가 났다.

피해상황은 유선전화 5천899회선을 비롯해 인터넷 2천116회선, 전용회선 13회선 등 모두 8천28회선이 불통됐으며 일부지역은 휴대전화 통화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대영아파트 뒤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t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를 덮쳐 이 아파트 19가구에 가스공급이 끊겼다.

◇댐 수위조절=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북한강 수계 댐들도 일제히 수문을 열고 수위조절에 나섰다.

한강수력발전처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 의암댐의 수문 6개를 22m 높이로 열고 초당 2천991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으며 청평댐은 23개의 수문을 66m 높이로 열고 초당 6천160t의 물을, 팔당댐은 수문 10개를 48m 높이로 열고 초당 9천972t의 물을 각각 방류하고 있다.

또 춘천댐이 수문 10개를 24m 높이로 열고 초당 2천666t의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으며 화천댐도 올 들어 처음으로 수문 16개를 136m 높이로 열고 초당 284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강수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목적 소양강댐은 현재 수위가 179.8m로 홍수제한수위 185.5m에는 5.7m 가량 여유를 보이고 있어 수문 개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기상 상황 = 기상청은 많은 비를 동반한 또다른 비구름대가 서해쪽에서 강원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16일 오전 0시 30분을 기해 강원 전역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현재 양구 해안이 389.5mm, 철원 마현 276.5mm, 횡성 청일 271.5mm, 인제 259mm, 화천 상서 221.5mm, 홍천 내면 206mm, 양양 201.7mm, 강릉 184mm 등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내일 오전까지 60~12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비 피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이재들에게 개인별 구호품세트를 전달하는 등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섰으며 16일부터는 수해지역에 대한 구호급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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