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의 인물산책] 김장규 남해화학 사장

우리나라 최대 비료회사로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 김장규(59) 사장은 조용한 사람이다. 의성 출신으로 경북고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말 수가 적고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지난해 초 농협중앙회 상무이사를 끝으로 남해화학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사신(死神)'으로 변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에 팔을 걷어 붙인 것.

"남해화학에 와 보니 조경 담당 직원의 연봉이 8천400만 원 이었고, 청소와 운전도 정식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었어요. 1999년까지 국영기업이라서인지 경영수지를 걱정하거나 원가 절감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기업 관행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거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꾼다는 생각으로 혁신에 착수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명예퇴직제 도입. 퇴직금에 3천만 원의 위로금을 주는 조건으로 나이가 많은 선배 직원들을 설득했다.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회사가 어려우니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파했다. 부하직원들에게는 선배에 대한 배려를 주문했다.

"명퇴 신청한 직원들이 수십 년 일한 일 터에서 쫏겨났다는 인상을 주면 가장으로서도 문제가 있지요. 자금부담이 컷지만 1인당 3천만 원을 얹어주는 조건에 명퇴 신청자와 노조의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 결과 710 명 직원 가운데 21%가 넘는 153 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용역업체의 인력도 줄여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이 있었다. 난감했다. 비료 운송을 대한통운이 담당하는데 비료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강성으로 알려진 항운노조 소속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었던 것. 110 명의 인력을 60 명 선으로 줄이고, 1톤 당 5천 170 원 하던 싣고 내리는 비용을 3천 원으로 깍고, 이마저 2년 간 동결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엄청난 조건에 항운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항운노조의 천막 농성이 벌어졌고 결국 조합원 1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그러나 결국 남해화학의 조건을 항운노조가 받아 들였다.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문 김 사장은 "협상이 끝나니 항운노조를 상대로 그런 조건을 끌어낸 사례가 우리나라 최초가 아니냐고 얘기합디다." 그는 이 와중에 5년 7개월 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 불필요한 차량을 줄이는 등 경영개선에 나서 지난 한해동안만 150억 원의 수지를 개선했다.

이러한 경영개선에도 불구하고 남해화학은 올해도 여전히 어렵다. 비료시장 전체가 상반기 기준으로 48%나 줄었기 때문이다. 비료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한 농민들이 비료 사재기를 한 결과로 비료업계에서 보고 있다. 최근 3년새 비료가격이 40%나 올라 농민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비료가격이 오르니 농민들 사이에는 북한에 비료를 보내 값이 올랐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어요. 북한에 비료를 보낸 만큼 공장 가동률이 높아져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어처구니 없어요."

한국비료공업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 사장이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이 수출 확대. 또 비료가 국민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된 것을 바꾸는 것도 중시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을 사람이 먹으면 건강에 나쁘듯이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소 인산 칼리 등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면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서울 관악산에 가보면 땅이 척박해 소나무에 솔방울이 수두룩 합니다. 깊은 산속 토양이 좋은 곳의 소나무는 솔잎이 무성하죠. 생존 본능으로 솔방울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비료는 작물의 스트레스를 없애 건강에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것.

문제는 비료가 너무 빨리 물에 녹고, 너무 많이 치는 것. 그래서 비료를 한번 치면 천천히 녹아 작물이 오랜동안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완요성 비료인 '시나브로'를 자체 개발해 내년부터 중점 공급할 계획이다.

"시나브로는 무논에 뿌려도 금방 녹지 않습니다. 논농사용, 밭농사용 등 작물에 따라 그에 적합한 시나브로를 개발했습니다. 종전 1년에 3-4회 쳐야 했던 비료를 1회만 치면 되기 때문에 인력 절감 효과도 큽니다."

농약을 만드는 영일캐미칼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농촌에 필요한 유류도 공급하려는 남해화학을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농용자재 공급 회사로 만드는 것이 김 사장의 포부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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