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진단)고교 내신,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바라봐야

최근에 만난 고교 2학년생 학부모 J씨는 올해 들어 엄청 바빠졌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그저 내신 성적이 중요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다행히 아들이 수능시험 형태의 모의고사보다 내신 성적의 등급이 더 높아 여유로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주요 사립대들이 느닷없이 대학 별 고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모의고사 점수를 높이기 위해 아들에게 올해 초부터 두 과목 과외를 시키고 논술 학원에도 보내고 있어요. 제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죠. 저는 신문을 읽고 인터넷을 뒤져 입시 정보를 찾는 게 일과가 됐습니다. 학교 행사도 가급적 참가합니다."

그는 진작'치맛바람 부대'에 끼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눈치였다."어떻게 보면 내신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잘 받아서 수시모집으로 대학 보내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그러려면 학교에도 더 자주 드나들고, 선생님께도 더 잘 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처지는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그다지 다를 게 없다. 자녀의 장·단점이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좋건, 모의고사에 강하건, 특기가 있건, 고교 3년 내내 잠시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장은 무시한 채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명분만 좇는 교육부, 예산 지원이나 감사 등에서 손해를 볼까봐 교육부 눈치만 보는 대학, 입시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한 고교까지 어디 하나 믿을 곳도 없다.

이는 우리 교육, 특히 대학입시 제도에 학생, 학부모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탓이다. 더욱이 고민의 대상 자체가 수도권과 상위 몇 %의 학생들에게 한정된 탓에 대다수가 소외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교육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당국인 것이다.

학교 내신 성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은 교육부와 대학, 고교가 머리를 맞대고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가능해 보인다. 교육부는'내신비중을 높이면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는 '교조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학이 받아들이고 고교에서 시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 역시 이에 맞춰 구체적인 학생 선발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고교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을 배제시키는 관행을 깨고 성적 관리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이라도 일부에 그치고 있는 학부모의 시험 감독 참여를 확대하고 채점과정에도 학부모의 역할을 부여한다면 불신의 골을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평가관리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틀을 확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대구교육청은 이번 성적 조작 파문을 마무리하는 일만 서두를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다른 시·도에서 따를 수 있는 전범(典範)을 마련해 대구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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