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8.26?~1506.5.21)는 분명 불세출의 탐험가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한 것으로 믿어 배를 타고 바다의 끝에 이르면 폭포처럼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여겼던 당시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다. 그러한 신념은 1492년 8월 3일, 88명의 탐험대원과 함께 세 척의 배로 대항해에 나서도록 이끌었고, 천신만고 끝에 그해 10월 12일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게끔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의 도전 정신은 인류의 빛나는 문화유산이 됐다.

○…이 같은 콜럼버스를 보는 시각이 최근 갈수록 극명하게 대립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일부 국가는 콜럼버스를 여전히 '위대한 탐험가'로 칭송하며 신대륙 발견일인 10월 12일을 '콜럼버스의 날(Columbus Day)'로 기념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는 1812년부터 그의 이름을 딴 '콜럼버스'라는 시도 있다.

○…반면 남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反(반) 콜럼버스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2003년 차베스 대통령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것이 150년간 계속된 인종 학살을 촉발했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침략과 학살의 선봉"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중남미 사람들을 향해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 10월 12일을 '원주민 저항의 날'로 바꾸는 대통령령을 내리기도 했다.

○…올해는 콜럼버스 타계 500주년이 되는 해. 콜럼버스를 기리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사실은 콜럼버스가 매우 잔인한 정복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스페인 발라돌리드 지역의 시만카스 국립문서보관소의 문서에 현재의 中美(중미) 도미니카 공화국 일대를 잔학하게 통치했다는 23건의 증언이 담겨져 있다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콜럼버스에게 하층 계급 출신이라고 말한 여성의 혀를 자르고 발가벗겨 당나귀에 태워 길거리에 내돌렸는가 하면 원주민들을 재판 없이 처벌했고, 그들을 노예로 부리기 위해 세례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증언들이다. 콜럼버스에 대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눈, 정복자와 피정복자 사이의 결코 합일할 수 없는 피의 江(강)이 아닐까. 일제 35년 폭정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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