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찍은 사진이 꼭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찍은 사진에 공감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사진을 처음 시작 했을 무렵 월간 영상지에서 빨래집게를 찍은 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인상에 남았다.
그 이후로 나는 틈만 나면 빨래집게를 찍었다. 사진전문 잡지인 영상지에 실린 사진은 가지런히 빨래줄에 걸려 있는 빨래집게를 찍은 사진이었는데, 나는 빨래집게를 나름대로 구성하여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사진반 정기전시회에 출품하려고 사진반 선배에게 보였더니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한마디로 냉정하게 배제시켜 버렸다. 그 때가 1986년도 대학교 1학년 때이다.
나는 당시에 다른 사람들처럼 노인, 꽃, 아이들, 풍경 등도 찍었지만 대상을 연출하여 찍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안 찍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물건들을 배치하여 찍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출하여 찍은 사진은 리얼하지 못하다고 항상 푸대접 받았다. 사진으로 내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려면 연출하지 않고서는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그것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처음 사진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가 찍지 말아야 하는 대상들이었다.전시회 출품작품을 선정할 때도 사진을 찍으면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것에 위배되는 사진들은 모두 탈락시켰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수학문제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유스러워 지고 싶어서 사진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정해진 틀과 규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교에서 사진을 가르치거나 사진단체를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은 초보자들에게 사진을 가르칠 때 메커니즘적인 것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규칙을 준수하도록 해야겠지만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는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초보자라도 찍고 싶은 대상과 주제가 있다면 본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작업 해 나가는 태도를 가지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역할만 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간섭하고 관여하는 것은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사진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사진작업을 비롯한 모든 예술에 정답과 정도는 없다. 얼마나 진지하고 독창적인 작업을 자유롭게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깨는 데서부터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자유롭고 독창적인 사진 찍기를 할 수 없다.
김영태 현대사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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