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지난 13일 '대구경북 모바일특구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사활을 건 본격적인 모바일특구 유치에 뛰어들었지만 정부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특구 계획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구경북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특구 오해에 따른 명칭 변경", "안테나 몇 개 세우는데 불과" 등 특구안 축소 발언에 이어 급기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기업 공장 내 한정 테스트베드"까지 언급하고 나서는 등 모바일 특구 평가절하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진대제 전 장관이 밝힌 특구안이 점점 본래 꼴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연두 업무계획 발표에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밝혔던 모바일특구의 의미와 현재 진행상황, 대구경북의 유치 가능성 및 당위성 등을 살펴본다.
◆모바일특구(Mobile Special District)
모바일특구란 세계 모든 종류의 모바일 기기가 소통될 수 있도록 특정 지역을 '프리 주파수존'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기술 등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기술이나 표준 등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기술자유지역(FTZ:Free Technology Zone)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CDMA 방식 외에도 유럽형 통신방식의 GSM을 비롯, 유럽형 모바일방송 방식의 DVB-H, 중국형 3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TD-SCDMA, 와이브로, DMB, 미디어플로어 등 현존하는 모든 방식의 모바일 기기 통신방식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이는 차세대 모바일 기술 및 서비스 시험 환경을 구축, 업체들이 해외에 시험하러 나가는 불편을 해소, 개발 시간이나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세계 모바일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첨단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올 초 정부가 제안한 정책이다.
모바일특구는 지난 2월 진대제 전 장관이 연두 업무계획 발표에서 M1(Mobile Number One) 프로젝트 구상을 밝히면서 처음 등장했으나 최근엔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진 전 장관은 '2010년 차세대이동통신 분야의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모바일 일등국가를 건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M1 프로젝트'의 5대 핵심 추진전략을 밝혔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그 중 하나인 모바일 특구가 '이름뿐인 특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애초 모바일 특구의 사업기간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총 사업비는 460억 원 정도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 상황
모바일 특구 기준 제시 및 선정이 늦어지면서 축소 및 내정설, 대기업 공장 한정 특구 등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의 발표 이후 정통부가 수도권 지역 모바일 솔루션 개발업체 68개 업체만 모아놓고 별도 간담회를 가지면서 특정지역 내정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5월 실시한 정통부의 모바일 기업 수요조사에서도 실제 모바일 업체들이 밀집한 대구 북구나 구미가 아닌 모바일 콘텐츠 중심의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해 의혹을 더욱 키웠다. 또 모바일 특구 선정기준 발표도 애초 5월에서 6월, 다시 8월 말로 계속 연기하면서 지자체들의 과당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애초 염두에 뒀던 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특구 범위를 축소할 경우 복수 지역에 예산을 나눠주면서 염두에 뒀던 지역을 포함시킬 수 있거나 '우는 놈 떡고물 줘 달래고 정작 떡은 특정 지역에 주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실제 내정설이 나돌고 있는 지역의 경우 이미 사용 가능 주파수가 포화상태여서 추가 주파수 확보가 싶지 않은데다 고속주행시 테스트 등 시험 환경 또한 적합하지 않아 이에 맞추기 위해 특구를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정통부가 삼성, LG 등 대기업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에 소규모 테스트베드를 설치하려 한다는 추측이다. 대기업 공장 내에 테스트베드가 설치될 경우 주변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과의 공유가 힘들어져 해당 기업 이외의 테스트베드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진정한 특구는 물건너가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구미공장에 16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축하고 공장 내부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놓고 정보통신부의 주파수 할당을 기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지역 모바일특구와의 병합을 유도하던 정통부가 최근 이를 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고민
내정설에다 축소 움직임까지 일면서 힘들게 공동유치 노력을 하고 있는 지역의 근심은 이만저만 아니다.
모바일특구 유치를 확신할 수 없는데다 유치하더라도 사업이 축소될 경우 GSM(유럽형) 테스트만 해당될 가능성이 크고 테스트베드 범위도 많이 줄어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GSM 테스트베드만 유치할 경우 DVB-H 등 차세대 방식 테스트베드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내줄 가능성이 커 차라리 특구를 안 하는 것보다 못하게 되기 때문.
실제 정부는 모바일필드테스트 구축을 위해 4단계를 준비 중인데 1단계는 유럽형 이동통신(GSM), 2단계 유럽형 모바일방송(DVB-H), 3단계 중국형 이동통신(TD-SCDMA), 4단계 통합서비스로, 이중 특구 축소로 대구경북지역이 1단계 GSM만 유치할 경우 2단계 이후 차세대 방식은 수도권 지역으로 갈 가능성 커진다는 우려가 큰 실정이다.
게다가 지역이 모바일특구 유치에 실패, 수도권 지역에 설정될 경우 칠곡 등 지역 모바일업체 및 구미 모바일 하드웨어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최악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끊임없이 수도권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를 빌미로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으로 집중시킬 경우 구미는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것.
김현덕 경북대 교수는 "삼성전자 구미공장 내에 테스트베드가 설치될 경우 지역의 모바일 특구 기대는 사라지게 되고 2단계 이후 테스트베드 설치도 지역 대기업 1단계 테스트베드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에서 모바일 특구에 목을 메고 정부를 귀찮게 하니 지역 명분도 살리고 삼성전자가 원하는 것도 들어주는 차원에서 공장내 테스트베드(FTR)를 승인하고 끝낼 우려도 적잖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유치의 당위성
구미-대구-마산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지역이 세계 최고의 모바일 단말 생산기지로 관련 업체가 집중돼 있고 특화 발전하고 있어 대구경북만큼 테스트베드로서의 입지를 갖춘 곳이 없다는 게 지역 관계 기관 및 업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GMS 단말기 생산량이 연간 삼성전자(구미) 7천만 대, 노키아 5천만 대(마산)로 전세계 물량의 거의 절반(43.7%) 정도를 생산, 수도권 3천만 대보다 4배 이상 많은데다 관련 중소업체도 대구 137개 업체(1만5천 명), 구미 등 경북 158개(1만여 명), 마산 등 경남 100개(7천 명) 등으로 동남권지역에 800여 개 업체(5만2천 여명)이 집중돼 있다는 것.
실제 GSM(유럽)의 필수테스트 요구지역은 전파수신 강도가 약한 지역 및 음영지역, 고속도로 및 외곽도로, 시내도로, 인구밀집지역 및 유동인구 많은 도심 지역, 교량 및 하천이 있는 도로 등이 있는 환경으로 대구 북구 및 구미가 최적이다.
또 모바일 관련 테스트 4가지 중 대구경북지역에는 개발시험, 인증시험, 응용서비스시험 등 3가지는 이미 다 갖추고 있고 필드테스트만 빠져 있는 만큼 이를 유치할 경우 '세계적인 테스트 메카'로 만들 가능성도 충분한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4개 시험 인프라를 다 갖춘 지역 없는데 지역엔 이미 3개가 있는 만큼 필드테스트를 지역에 유치하면 노키아, 모토롤라 생산 공장 및 R&D센터가 있는 중국 베이징 등 세계 각국에서 테스트를 위해 몰려와 세계적인 모바일 특구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필드테스트 조건, 환경도 대구경북이 적합할 뿐더러 우리나라 10대 성장동력 중 지역이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우리나라 10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것은 모바일 산업이 유일한 만큼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지역 경쟁력 있는 것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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